이민영 “모자 안 쓰고 가족들과 외식 한번 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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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결혼 후 10일만에 파경을 맞았던 배우 이민영이 3년만에 카메라 앞에서 입을 열었다. 23일 오전 방영된 SBS TV‘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생방송 연예특급’에 출연해서다.

이민영은 전(前) 올케와의 폭행사건으로 법정공방을 벌였던 지난 3년간의 힘겨웠던 시간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일상적인 삶이 불가능했던 자신의 생활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여배우로서의 이미지 실추 등 그동안 겪어온 일을 털어 놓으면서 향후 연기활동에 대한 속마음도 내비쳤다. 그녀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은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 나눈 이민영과의 일문 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심정은.

“사실 그동안 사건이 터지고 이날까지 하루하루 목구멍 끝까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 ‘이게 아니다. 정말 아니다’라고 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살았다. 하지만 제가 한번 말씀을 드리면 또 다른 오해와 루머가 돌아 말을 많이 아꼈다. 한 분이라도 저를 믿고 기다려 주신 분이 계시다면 그래도 한번은 제 진심을 말씀드리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 나오게 됐다.”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계기는.

“너댓 살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었다. 그래서 하루 빨리 오해를 풀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일상적인 생활을 거의 못했다. 법정에 나가는 것 외에 외출을 못했다.”

-올케 폭행사건에 대해 원심에서 20만원 벌금형이 내려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진실을 밝히려고 했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데 믿겨지지 않았다. 주변 분들은 힘드니까 그냥 금액을 지불하고 끝내라고 많이 했다. 하지만 제가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 아무리 적은 벌금이라도 그건 용납할 수 없었다. 공판을 마친 후 한가지 느낀 점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밝히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에 정말 억울한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올케가 이민영에 대해 단아한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인터뷰를 하고 자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번복했을 때의 심정은.
“(전 올케가)정작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사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기자들의 오보였다’라고 했는데 그땐 이미 세상에 전 그런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 점이 가장 속이 상하고 안타까웠다. 사람들에게 ‘이것 봐요, 전 그러지 않았어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땐 이미 늦었고 많은 분들의 인식은 바뀐 후였다. 그런 것들이 제 마음속의 병이 됐다.”

-2006년 파경 직후 배우로서 언론에 힘든 모습을 공개했다.

“여배우가 아닌 사람으로 살기위해 그런 결정을 했다. 부풀려지는 의혹 속에서 100여분 넘는 기자들이 찾아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사진을 다시 보면 아직도 힘들고 괴롭다. 당시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

-불화의 원인이 혼수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과 주변 분들의 마음을 가장 아픈게 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폭행의 이유를 혼수문제로 알고 있는데 단 한번도 혼수가 (폭행의) 원인이 된 적은 없었다. 당시 물리적으로 폭행을 받아 아픈 것 보다 그런 식으로 (말이 나오는 게) 마음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받는 게 고통스러웠다.”

-많은 사람이 (이민영씨가)폭행한 걸로 알고 있다.

“그 점이 가장 많이 슬프다. 그런 오해나 루머들이 충격을 받으셨던 그대로 (저에 대해)알고 계시니까.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제 이미지가 그렇게 인식이 돼 버린 점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건데...”

-지난 시간동안 극단적인 생각을 해본 적도 있을 것 같다.

“안했다면 거짓말일 거다. 3년 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많이 했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무너져 버리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하지만 가족들한테 제가 그렇게 가버리면...(안된다고 생각했다) 저 때문에 가족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렇게 책임없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또 ‘이민영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닐 거야’라고 믿고 계신 분들께 실망시켜 드릴 수 없었다.”

-가족들에 대한 마음은.

“가장 큰 힘이 돼 준건 가족들이다. 정말 많이 미안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겪고) 가족들끼리는 더 사랑이 깊어지고 힘이 돼주고, 그러면서 가족들끼리는 끈끈해졌다. ”

-인터넷에 전남편 이찬에 대한 악플을 단 이민영 친척 동생과 소속사 직원이 벌금형을 받은 일은.

“터무니없는 사실들로 제가 너무 힘들어 하는 걸 보고 동생들이 그걸 참다 참다 같이 대응을 했었다. 그 소속사 직원이나 사촌동생한테 제가 오히려 참 미안했다. 한번 잘못 맺은 인연으로 제 주변 분들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귀 계획은.

“연기라는 것이 제 생활, 생업이었는데 한순간에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지금 제가 컴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힘든 시기를 거쳐 오면서 너무나 많은 일상들이 바뀌어 이제 마무리가 됐으니까 우선은 숨 좀 고르고 몸을 추스르는 것만 생각하겠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3년 동안 일상적인 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제는 가족들하고 얼굴 가리지 않고 모자 안쓰고 편안하고 밝은 마음으로 외식 한번 하고 싶다. 3년 동안 안좋은 일들을 겪으면서 저를 그 전에 사랑해 주셨던 분들도 함께 고생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제가 잘 지내면서 건강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인사는.

“한분이라도 저를 믿어주는 분이 계시다면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거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께 감사드린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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