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과목 반영 대학입시 전공 중심으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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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육은 나라의 장래를 밝게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라의 전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학교육은 현실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력 중심의 실질있는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선 써먹을 수 없는 묵은 이론을 단순 습득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획일화되고 기계적인 인간만 양산하고 있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다.

내신이니 종생부니 학생부니 하면서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씌워진 '전과목 대입반영' 은 자신의 진로나 소질과는 무관하게 고교에 개설된 23과목에 두루 신경과 노력을 투입하도록 했다.

이를 위한 편법으로 과외가 나타났으며 그 결과 과외비가 가장 큰 생활비 항목이 됐다.

따라서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하고 만성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외가 필요없는 세상' 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과목 반영 대입제도' 를 '전공과목 중심 대입제' 로 바꿔야 한다.

오늘날 현실은 예컨대 국.영.수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미술에 천재적 소질이 있어도 우수대학 미술대학에 들어갈 수 없고, 그래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미술과 직접 관련없는 일반과목 공부에 소진하게 돼 막상 미대 문앞에서 기진하게 된다.

이같은 방식으론 재능이 뛰어난 잠재적 미술가도 미대에 들어 갈 수 없게돼 천부적 소질을 마음껏 살리지 못한 채 소질도 없는 다른 영역에서 직업을 얻어 일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 불행이자 세계적 화가를 탄생시키지 못함으로써 국가적 손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대는 미술성적 위주로 뽑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대학 물리학과에선 물리학과 수학성적만으로, 영문학과에선 영어성적만으로 해당학과 교수들의 판단에 따라 입시과목을 자율 결정하게 해야 한다.

입시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학마다 학과마다, 반영할 과목별 절대점수를 산출하는 일이다.

이는 바로 고교 학년마다 한번씩 전과목에 걸쳐 국가주관 시험을 치러 개인별 성적이 절대적.상대적으로 나오게 해야한다.

도시나 농촌, 학교에 관계없이 열심히 공부만 하면 더 높은 성적이 나오고, 또한 그 성적이 소속학교내 석차에 관계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 전국단위의 공식적 석차와 비중을 산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군제니, 학교격차니 하는 성적 외적요인에 의한 잡음과 갈등및 교육왜곡 현상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같이 개인의 소질에 따라 진로를 정하고 이의 실현이 용이한 대입제도가 정착되면 이나라 온국민이 '경쟁력있는 한국민' 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창의력 중심의 인재를 의미하며 이 창의력이 21세기 인력의 핵심요건이 될 것이다.

최상호 <농협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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