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패스’ 강호순, 또 드러난 이상 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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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이코 패스’인 강호순은 어떤 성격을 지녔을까. 검찰은 강호순이 이중적 성격에 폭력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돈에 대한 집착도 강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관계자는 “강은 겉과 속이 크게 다른 이중적 성격을 보였다”고 말했다. 강의 이웃 중에는 그를 매우 싹싹하고 친절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근사근하게 굴다가도 일이 생기면 집요하게 화를 냈다”는 증언도 있다.

한 이웃 주민은 “강의 집 근처에 있는 파이프를 몇 개 가져다 썼는데, 강이 화를 내고 경찰에 신고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전과 8범인 그가 첫 범죄를 저지를 때도 이 같은 성향이 드러났다. 강이 군 복무 중 소를 훔쳐 판 사건이었는데, 당시 순박한 마을 주민에게 친절함을 가장하고 접근해 소를 옮기는 일에 그를 끌어들였다.

검찰 관계자는 또 “강이 어린 시절 어머니를 구타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폭력에 대한 적개심을 품게 됐으나 자신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며 폭력적인 성향을 분출했다”고 말했다. 그의 전처 세 명은 한결같이 경찰에서 “강은 폭력적인 성향이 강했다”고 진술했다.

“강이 2003년 11월부터 개·닭을 사육하면서 개를 목매달거나 굶겨 죽이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경시 성향이 드러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강이 범행과정에서 망설이거나 주저했던 흔적은 그다지 나타난 게 없다.

검찰에 따르면 강은 20대 초반 일찍 결혼해 가정을 이뤘으나 경제적 무능력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면서 오징어·옥수수 장사, 트럭운전, 식당·마사지업소 운영, 개 사육 등의 일을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생활 형편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자 돈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해졌고, 처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매우 인색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10년 전부터 끊임없이 보험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은 이 같은 성향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강은 주도면밀한 지능범이었다. 그는 ‘독신자 모임’에서 알게 된 김모(47·여)씨를 납치하고도 이미 모임 회원들에게 자신의 신원이 노출됐다는 생각에 풀어 줬다. 그는 일부 희생자가 저항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할퀴자 살해 뒤 신체의 일부를 훼손했다. 자신의 유전자가 검출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었다.

안산=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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