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7도에 모기향 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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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38)은 역시 고도의 지능 수법을 가진 잔혹한 살인범이었다. 22일 방화살인 혐의를 추가해 강을 구속기소한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강이 (2005년 10월 30일 전처와 장모가 숨진) 장모집 화재가 방화가 아닌 실화로 오인될 수 있도록 화재현장에 의도적으로 모기향을 피우고 경찰 조사과정에서 모기향에서 불이 번진 것처럼 진술, 발화원인을 모기향 쪽으로 유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0월 말 화재 당일 기온은 섭씨 3.7도로 사람이 자지 않는 거실에 모기향을 피울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호순은 또 화재현장에서 방범창을 부수고 아들을 내보낸 다음, 전처를 구하려다 연기를 들이마시고 (5분정도 기절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것처럼 연출해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강이 화재 당일 경찰조사를 받은 뒤 장모집을 다시 찾아가 범행에 사용된 유류를 담았던 플라스틱통을 치워 증거를 은닉하고 방범창 나사를 풀기 위해 철제공구도 미리 소지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강호순은 끈질기게 “장모 집 방화는 오해다”라고 주장했었다

◇치밀·잔인=강은 생활정보지 ‘독신자 모임’ 코너에서 알게 된 김모(47.여)씨의 경우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자신의 신원노출을 우려해 살해하지 않았고, 범행 전후 증거가 되거나 추적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강호순은 범행후 피해자의 옷과 핸드폰 등과 자신의 옷에 혈흔이 튀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증거가 될만한 것은 모두 불태워 없앴다.

특히 7∼8차 사건 희생자 2명의 경우 이들이 저항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할퀴자 유전자 검출을 우려해 10개 손가락의 끝부분을 모두 전지가위로 잔혹하게 잘랐다. 한편 강호순은 피해여성을 암매장하는 데 사용한 뒤 축사에 남겨둔 곡괭이에서 피해여성 외에 다른 2명의 여성 유전자가 검출돼 여죄의 흔적을 남겼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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