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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변제·기피실상]전문의 동원 교묘하게 수술,가좆 모두 해외 이주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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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의 최대.최다 화두 (話頭) 의 하나는 병역문제다.

몇사람만 둘러 앉으면 '군대 얘기' 다.

무관할듯 싶은 여성들조차 예외는 아니다.

아들.오빠.남동생.친구등의 문제로 최소한 몇번씩은 이 관련 화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개는 체중으로 빠졌다는데 너는 안경도 썼으니 시력으로 어떻게 해봐라" 는등 반 (半) 전문가 뺨친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의 두 아들 병역면제 시비 덕에 때와 장소, 남녀.계층을 넘는 국민적 화제가 된게 병역이다.

그 속은 어떤 것인지, '군대 안가기 전선 (前線)' 의 백태와 당국의 대응을 알아본다. 편집자

"나는 체중을 빼다가 실패했어. 20㎏을 줄이려 했는데 10㎏이상은 잘 안빠지데. "

"내 친구는 단식도 하고 설사약도 먹어서 성공했대. "

"다른 친구는 식사때마다 녹은 아이스크림에 설탕을 타 한 대접씩 마셔 체중을 초과했다더군. 족보대로 했더니 결국 군 면제 받았어. "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들끼리 수군대는 병역면제 실패담들이다.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한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일부 대학가에는 병역면제의 '비법' 이 담긴 이른바 '족보' 라는 것이 돌아다니고 있다.

국방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李모 (34) 소령은 "그 수법이 워낙 치밀하고 의학적으로 증거를 찾기도 힘들어 군의관도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고 전했다.

한때는 대통령 아들의 군입대가 가까워지자 6개월만에 제대하는 석사장교제가 생겼으며 아들의 병역의무가 끝나자 이 제도는 조용히 사라졌다.

문민정부 초기에는 권력과 돈을 가진 특수층 자제들의 병역을 특별관리, 병역기피를 막기도 했으나 이것마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때 의원들의 항의로 폐지됐다.

이젠 대선주자의 한사람인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표의 두아들이 체중미달로 군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일파만파가 일고 있다.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위해 일부러 몸무게를 뺀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위협을 항상 코앞에 두고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군에 가지 않는 사람은 '신의 아들' 이고 병역의무를 다하는 대다수의 젊은이가 오히려 '어둠의 자식' 이란 냉소 섞인 말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일부 이기적인 부류는 군 면제를 위해 아예 전문의사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4년 8월 조선대 전학생회장을 비롯한 남총련 소속 운동권 학생 14명이 자신들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자해행위 혐의에 대해 물증이 없다며 무혐의 판결을 냈다.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데 필요한 집게손가락 자해행위는 이미 고전적인 수법에 속한다.

무조건 도피하는 병역기피도 있다.

병무청이 설립되기 전에는 징병대상자의 무려 10%나 이같은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했다.

도피형 병역기피는 70년대 병무청 발족과 주민등록 전산화로 거의 없어졌다가 최근 운동권 학생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운동권학생 병역기피는 한때 1백2명이나 됐으나 현재는 11명만 남았다.

외형적으로 신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교묘한 수술로 병역을 면제받는 최신 수법으로는 허리 디스크와 무릎연골 수술이 있다.

무릎연골의 대부분을 제거하면 5급 판정을 받게 된다는 신체검사규정에 따라 운동중 연골 파열과 척추디스크가 많은 프로 운동선수들중 20%이상이 면제됐다.

이 수술로 병역면제된 운동선수들은 곧바로 소속팀에 복귀해 맹활약하고 있다.

이에대해 병무청 허상구 (許相九) 공보관은 "연골등을 제거 수술한 뒤에 다시 다칠 경우 영구히 회복되지 않는 불구가 될 수 있어 의학적으로 면제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며 "과도한 훈련과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군복무는 무리" 라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징병검사를 앞둔 젊은이들에게 전문 브로커들이 접근해 병원과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백내장 수술도 수술 직후 병역면제 수준의 심한 시력장애가 발생하지만 6개월 후에는 시력이 정상으로 복원되는 특징 때문에 자주 사용된다.

체중빼기와 몸 불리기는 이미 면제 한계체중에 가까이 있는 경우 가능했지만 지난 94년 체중미달기준이 44.5㎏이하에서 38㎏이하로, 상한선은 1백23㎏이상에서 1백41㎏이상으로 강화되면서 매우 어려워졌다.

전가족 또는 단독으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병역이 면제되는 이민법을 악용, 병역을 면제받는 신종수법도 유행하고 있다.

이민이 쉬운 캐나다.호주.남미등의 영주권을 얻어 병무청에 신고하면 병역의무가 자동보류되다가 30세가 지나면 면제된다.

또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시기가 지났는데도 병역때문에 무단으로 귀국하지 않는 숫자도 현재 2백80명이나 된다.

이 숫자는 해마다 20명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의사와 짜고 다른 환자의 컴퓨터 단층촬영 사진과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거나 ▶가슴에 쇳가루 바르기 ▶밤새 촛불을 보거나 태양을 바라보아 일시적으로 시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은 검사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거의 덜미를 잡히는 고전적 수법이다.

김민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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