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47>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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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16면

세계에서 그린피가 가장 비싼 골프장은 단연 페블비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반도에 자리 잡은 이 골프장은 퍼블릭인데도 그린피가 495달러나 된다. 카트 대여비 35달러는 별도다. 18홀을 도는 데 500달러(약 70만원) 이상이 든다는 이야기다.
캘리포니아 골프스쿨(PGCC)에서 수학하던 2007년 2월 페블비치 골프장을 찾았다. 그린피가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페블비치는 골퍼라면 누구나 서 보고 싶어 하는 꿈의 코스 아니던가. 그런데 부킹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이 골프장의 마케팅 전략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 페블비치의 ‘명사 마케팅’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는 링크스 코스를 비롯해 스파이글래스 힐, 델몬트, 더 링크스 앳 스패니시 베이 등 네 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가운데 태평양을 끼고 있는 링크스 코스의 인기가 가장 높다. 코스의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스파이글래스 힐이나 스패니시 베이가 낫다는 평도 있지만 골퍼들은 유독 링크스 코스만을 찾는다. 페블비치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6번 홀의 키프로스 나무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게 어디 한두 명일까.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샷을 하는 7번 홀(파3)의 티잉 그라운드에 서 보고 싶은 것도 누구나 마찬가지일 게다.

그래서인지 링크스 코스에 부킹을 하려면 골프장 안에 자리 잡은 로지에서 2박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방값은 하루에 675~765달러. 요즘 환율로 따지면 하루 방값만 1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숙박 비용(2박)에 그린피 등을 모두 합쳐 최소한 2000달러는 내야 18홀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링크스 코스에 서 보니 꿈만 같았다. 이 코스에 서기 위해 들인 비용은 홀당 100달러가 넘는 셈이었다. 그런데 태평양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와 샷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페블비치가 바람으로 유명하다지만 강풍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온화한 날씨를 기대했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탓에 벌벌 떨면서 샷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반 라운드하던 미국인 부부 가운데 안주인은 쌀쌀한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전반 9홀을 마친 뒤 라운드를 포기하기도 했다. 아무리 페블비치라지만 승용차를 몰고 700㎞가 넘는 거리를 달려가 세찬 비바람 속에 벌벌 떨며 샷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스스로 되묻기도 했다.

올해도 이 골프장에선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가 열렸다. 16일 끝난 올해 대회에도 어김없이 비바람이 몰아쳤던 모양이다. 악천후로 최종 4라운드를 치르지 못하고 우승자를 가렸다니 말이다.

페블비치 프로암은 말 그대로 아마추어와 프로골퍼가 함께 1~3라운드를 치른 뒤 4라운드만 따로 경기를 펼쳐 우승자를 가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열린다. 해마다 세계 각국의 명사들이 아마추어 선수로 출전, 샷 대결을 펼친다. 야후 설립자인 제리 양,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 삼성의 이재용 전무 등이 이 대회 단골 손님이다. 내로라하는 세계 각국의 경영자들이 이 대회에서 만나 즉석에서 대형 계약을 하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다. 우리도 이렇게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명사들과 프로골퍼가 한데 어우러지는 대회를 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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