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적인 경수로 착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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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기술로 북한에 제공하는 경수로 건설공사가 19일 북한의 신포 (新浦) 지구에서 마침내 착공된다.

남북한 정부 당국자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 착공식은 남북한 관계나 한반도의 장래와 관련해 역사적 의미를 갖는 행사다.

한반도문제에 대한 국제적 해결의 첫번째 성과라는 측면외에 남북한간의 교류협력과 신뢰회복의 촉진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업 자체만을 놓고 볼 때 경수로제공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60억달러를 넘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가며 발전소를 지어줘 모험주의적인 북한의 전쟁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에서부터 미국의 세계전략에 우리가 돈을 내는 봉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안정이란 틀에서 볼 때 이런 문제점들은 능히 참고 견딜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우리가 아무리 선의를 갖고 북한과 접촉하고 교류하기 위해 노력해도 북한은 남한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외면해 왔다.

그런 북한이 비록 국제기구인 KEDO라는 제3자를 우회하기는 하지만 경수로사업에는 적극적 태도를 보여 실질적인 남북한 교류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경수로 사업장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의논하고 남북한 기술자와 근로자들이 함께 어울려 작업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최근 현지에 개설된 KEDO 사무소에 우리 정부당국자가 상주하게 되고 직통전화가 개통된 것을 비롯, 남북한간에 우편물이 직접 오가게 된 것들이 그런 예다.

경수로사업이 한 두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10여년 걸리는 점을 생각하면 그동안 축적될 교류와 접촉은 서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데 충분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이런 경수로사업이 중단되거나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남북한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 서로 상대방에 대한 도발과 비방을 자제하고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한이 함께 이뤄내는 구체적 실례인 이 사업으로 마련되는 좋은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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