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多者대결 정국분석]전략 바꾸는 4者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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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가 대선전략 재정비에 부심하고 있다.

조순 서울시장이란 복병의 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당은 다자 (多者) 대결구도 속에서의 승리를 위한 세부 전략마련에 나서는 한편 제5, 제6후보 출마여부를 점치기에 분주하다.

◇ 신한국당 = 우선 이회창 대표가 바빠진 모습이다.

상대인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호남표에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자신의 표는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李대표는 여당후보로서의 대표성 고수에 나서고 있다.

판세를 '일여다야 (一與多野)' 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여당의 고정표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 맥락에서 李대표는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와 박찬종 (朴燦鍾) 고문의 출마를 저지하는데 모든 채널을 동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趙시장의 출마가 갖는 파괴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의원들을 공략해 趙시장의 근거를 와해시키는 전략도 불사할 태세다.

당초에는 자민련을 흔들어 DJP단일화를 견제하고 그 위력을 반감시키겠다는 계획이었으나 趙시장 문제가 급한 불이 됐다.

◇ 국민회의 = 재미있는 것은 국민회의의 시각이 신한국당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회의도 여당후보 대 야권 단일후보의 1대1 구도를 선호하고 있다.

다자대결 구도가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보지만 후보 난립이 자칫 야권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종필자민련총재와의 후보단일화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대중총재는 "후보가 난립하면 따로 나와도 승산이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 그럴수록 단일화를 해야한다" 고 말한다.

여기에 박태준 (朴泰俊) 의원등 구여권 인사나 재야.통추등과의 광범한 연대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趙시장의 출마저지 노력도 계속하겠다는 생각이다.

후보난립땐 호남과 수도권의 야당지지표를 지키고, 소수대결이면 충청.영남권까지 공략대상을 넓힌다는 것이 국민회의 전략의 기본축이다.

◇ 자민련 = 자민련은 최근 趙시장 출마이후 김종필총재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적신호' 로 여기는 눈치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DJP, 즉 야권단일화를 타개방안으로 주장하나 다수는 보수대연합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영남권으로의 진출 내지는 제휴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이와 함께 안양만안 보선을 통해 김종필총재의 위상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마지막 승부를 걸어본다는 계획도 다듬고 있다.

◇ 민주당 = 민주당은 趙시장의 출마선언이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키는데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당은 기세를 올려 이번 대선을 趙시장과 이회창대표, 김대중총재의 3파전 구도로 몰아가겠다는 계획이다.

고정표가 적은 趙시장으로서는 여당의 고정표와 국민회의의 호남표에 대항할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관심을 보이는 지역은 영남권. 이규정 (李圭正) 의원은 "반 (反) 여당, 비 (非) 김대중정서가 팽배한 지역" 이라며 "충분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고 장담하고 있다.

다만 趙시장과 민주당이 앞으로 얼마나 호흡을 맞춰나갈 수 있을지가 숙제라는 지적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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