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화 할리우드 비집고 여름극장가 흥행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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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가 장악하는 여름 극장가에 8월들어 우리 영화들이 괄목할만하게 약진하고 있다.

그 주역은 지난 2일 개봉된 '넘버3' '나쁜 영화' 와 9일 개봉된 '할렐루야' 등.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3류 인생의 덧없음을 폭소로 위안하는 듯한 '넘버3' (송능한 감독) 는 주연 한석규와 송강호.최민식 등의 빛나는 조연 연기 등으로 입소문이 무성, 갈수록 개봉관 수가 늘어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개봉전부터 심의와 논란의 대상이 되어 화제를 모은 '나쁜 영화' (장선우 감독) 는 "과연 얼마나 나쁜 영화길래" 하는 호기심과 우리 사회에서 '나쁨' 의 원천과 구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문제제기로 꾸준히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흥행 보증수표로 자부하는 박중훈이 사기꾼 목사로 변신하는 '할렐루야' (신승수 감독) 도 부담없이 시간을 보낼만 한 코미디로 객석을 채우고 있다.

할리우드의 액션 대작 '페이스 오프' 등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들 영화들은 이미 흥행성적이 10만명선을 훌쩍 넘어 세편 모두 서울서만 20만명 이상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우리 영화의 고정팬 확보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나쁜 영화' 는 시내 중심가 보다는 변두리의 작은 극장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 슬그머니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려는 '쇼킹 아시아' 식의 훔쳐보기 심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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