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은 인생을 사세요” 중국 여성 인터넷서 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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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발렌타인데이, 중국의 얼짱 천샤오(陳瀟, 25)씨는 중국의 유명 쇼핑몰 타오바오(淘宝网)에 500위안의 가격으로 자신의 하루를 한 남성에게 팔았다. “꽃, 초콜릿, 악세서리 모두 선물했던 거라 이젠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그녀의 하루를 구매한 남성이 천샤오에게 맡긴 임무는 이 남성의 여자친구에게 보다 특별한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가 18일 보도했다.

올 해 나이 26살인 천샤오 양은 지난 해 12월 15일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팔기 시작했다. 구매 방법은 제시된 가격에 맞게 그녀의 시간을 구입 후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람을 마중 가거나, 커피를 배달시키거나, 기차표를 예매한다거나 등의 잡다한 임무도 가능하다. 온라인 상 최초로 자신의 시간을 판 그녀는 금새 유명해졌다. 상하이, 후베이, 쓰촨 등 눈 깜짝 할 사이에 그녀를 모방한 짝퉁 ‘잉여 인생’ 가게가 출현하는 등 ‘시간팔기’는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시간팔기’로 한달 수입 60만원= 타오바오에서 ‘천샤오의 잉여 인생 가게’를 검색하면 예쁜 아가씨의 사진이 걸린 가게로 들어갈 수 있다. 사진 밑에는 ‘천샤오의 8분’, ‘천샤오의 1시간’, ‘천샤오의 하루’ 등의 품목과 8, 20, 100위안 등의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가게 안에는 “천샤오 일과는 모두 여러분이 정합니다. 여러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곧 나의 의무입니다”란 문구와 함께 불법, 폭력, 성 관련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위해 시간을 할애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그녀의 인터넷 가게는 문을 열자 마자 많은 고객들이 쇄도했다. 그녀의 가게를 찾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시간을 앞다퉈 구매했다. 고객들은 생일파티 함께하기, 손님께 커피 대접하기 등 여러 잡다한 임무를 그녀에게 부여했다. 고객은 매번 임무 때 마다 그 시간에 해당하는 비용과 교통비 그리고 선물 등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불했다. 현재까지 이미 백 여명의 고객이 그녀의 시간을 구매했다. 정월 초하루에 만리장성에서 웃는 얼굴 사진 찍어오기 임무로 2000위안을 벌기도 했던 그녀는 보통 한 건당 50원 정도를 받아 한 달에 3000위안(60만원) 정도의 이윤을 남긴다고 한다.

◇빠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자)가 고객 대다수 차지= 천샤오 양은 예전에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 의류 가게를 열었던 경험이 있다. 지난 해 말경, 삶에 무료함을 느낀 그녀는 “사는 것이 정말 재미없어요…… 삶의 방식을 바꿔보고 싶은 저를 위해 여러분께서 제 인생을 설계 해 주세요”라는 내용을 적은 ‘나의 반평생을 네티즌에게 바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녀가 올린 글은 삽시간에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이 올라간 바로 당일 그녀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승리의 표정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상으로 승리의 표정이 담긴 사진 몇 장과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임무를 수행 했다. 12월 15일 “진정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바친다”란 표어를 내 건 “천샤오의 잉여인생 가게”를 정식으로 오픈했다.

그녀의 “잉여인생 가게”가 한 순간 대박을 터트린 계기가 예쁘장한 그녀의 겉모습 때문인지 진실 어린 속 얘기에 감동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괴로워하는 딸을 위해 디즈니 푸우로 변장해 격려를 해달라는 임무를 부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부분 네티즌들이 묻기만 할 뿐 정작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빠링허우의 젊은 층이 주 고객이고 8분의 시간을 구매하는 이들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그 중 남학생들의 사랑 고백이나 좋아하는 여자에게 줄 선물 고르기 등 연애관련 임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천샤오가 최초로 글을 올린 후 지금까지 248페이지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고 그녀의 가게는 현재 고객 5700여명의 즐겨 찾기에 추가됐다고 한다. 춘절 기간에만 1000여 건이 넘는 메시지가 남겨졌다.

◇인터넷의 새로운 트랜드로 등장한 ‘잉여인생 판매’= 현재 타오바오에서 ‘잉여인생’을 판매하는 가게는 약 30여 곳, 전국 각지는 물론 미국, 호주 등 해외에도 있다. 많은 점주들이 천샤오의 아이디어를 보고 가게를 열었다고 말한다.‘잉여인생’이란 검색어로 방문객을 늘렸다. ‘진심이 아닌 사람은 삼가합니다’라는 이름의 가게 주인은 매 분 마다 5위안의 가격으로 기업이미지 디자인, 단체명 짓기, 작명 등의 임무를 해 주는 임시 겸직 형태로 자신의 시간을 판매한다. 그는 이것은 자신이라는 상품을 새롭게 포장하는 방법일 뿐 타인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녀에 대한 네티즌 들의 평가 역시 엇갈리고 있다. 인생은 자신의 것인데 자신을 판다는 것은 자아를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냉소적인 비판과 젊은이의 창조적인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네티즌은 쇼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며 좋게 평가한다. 천샤오는 “만일 이 일로 고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면 끝까지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무역대학의 시장경영학 전공의 한 교수는 시간을 판매한다는 것은 그저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샤쉐롼(夏學鑾) 베이징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혹독한 취업난 속에 천샤오와 같은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배우고 거울삼아야 할 일”이라며, 천샤오는 실제로 온라인 환경을 빌린 일종의 서비스업을 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남은 반평생을 판매”한다는 문구가 사람들의 호기심 자극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일종의 독특한 경영 방법으로 볼 수 있으며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인터넷을 활용하여 낮은 원가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사업 아이템이라고 진단했다.

정리=선우경선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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