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무선교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002년 6월 29일
월드컵 마지막 축포가
밤 하늘을 수놓기 하루 전

'꽈광 쾅쾅'
서해 연평도 바다에서
북한 경비정이 발포했다.

나라 위해 군에 갔던
젊디젊은 여섯 목숨이
바다에서 사라졌다.

"햇볕정책 외치더니
이 꼴이 무엇이냐"
"꽃게 잡으러 북으로 간
우리 어선 잘못도 있다"

네탓, 네탓 따지는 사이
월드컵의 함성에 묻혀
효순이.미선이를 위한
촛불 시위에 묻혀

'서해교전'은
그렇게 잊혀져갔다.

그로부터 2년 뒤.

'여기는 백두산'
'여기는 한라산'

오해 때문에
혹은 두려움 때문에
서로에게 총질하는
불행한 일을 막자고

남과 북의 함대는
서로에게 말을 걸고
깃발을 휘둘렀다.

분단된 이 나라에
평화를 부르기 위한
작지만 큰 몸짓.

여섯 병사들이
자신들의 핏값으로
우리에게 남기고 간
귀한 선물이다.

*남북은 최근 합의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안'에 따라 지난 14일 서해에서 정전협정 체결 후 처음으로 직접 무선교신을 했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