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통한 카드깡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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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형 할인점을 이용한 '카드깡'이 성행하고 있어 금융감독원과 신용카드사들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

15일 금감원과 카드사에 따르면 카드깡 조직들은 백화점과 금은방을 이용한 카드깡이 어려워지자 대형 할인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카드깡 조직이 백화점과 금은방을 즐겨 이용했던 이유는 백화점 물건과 귀금속을 되팔 때 제값을 받기 쉬웠기 때문이다. 즉 카드깡 조직은 카드 소지자에게 선이자 20%가량을 떼고 돈을 빌려주고는, 이용자의 카드를 건네받아 백화점과 금은방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카드깡 조직은 이렇게 구입한 물건을 유통업자에게 되팔아 현금을 회수한다.

카드깡 조직이 되팔 때 제값을 받기 힘든 대형 할인점을 최근 이용하는 것은 대형 할인점의 익명성을 노렸기 때문이다. 즉 대형 거래가 이뤄지는 할인점 계산대에서 카드 소지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카드깡 조직이 실제 물건 구매를 통해 카드깡을 하는 경우 처벌 조항이 없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실제 물건 거래가 없는 카드깡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신용불량자 등록 등의 처벌조항이 있지만, 대형 할인점을 통해 카드깡을 하다가 적발돼도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카드 이용 한도까지 물건을 자주 구입하는 카드깡 혐의자들이 포착되고 있지만 이들을 적발하고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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