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삼국지]6. 속타는 임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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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왜 못갑니까."

임선동은 입단 합의만 늦었을 뿐 조성민과 거의 같은 시기에 계약했다.

그날은 한글날이었다.

95년 10월9일. 임선동은 후쿠오카로 건너가 다이에 호크스와 계약했다.

조건은 조성민과 같은 계약금 1억5천만엔 (약 12억원) . 그러나 이번 계약은 박찬호.조성민 때와 달랐다.

연고구단 LG에서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한.일프로야구 협정에 따르면 이 계약은 무효며 "임선동은 LG의 허락없이 아무 데도 못간다" 는 것이었다.

결국 임선동은 서울고등법원에 지명권 무효소송 가처분신청을 냈다.

LG를 상대로 자신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으니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싸움은 96년 10월에 가서야 결론이 났다.

11개월의 법정공방이다.

이때 조성민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가을훈련 캠프인 미야자키 캠프에 2주간 참가한 뒤 귀국, 일본 프로야구에의 적응을 시작했다.

비록 2주간의 캠프였지만 조는 "일본 프로야구에는 신앙과 같은 질서가 존재한다" 는 어른스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박찬호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끝낸 뒤 국내 귀국일정을 취소하고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96년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2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박은 3년차엔 반드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다는 각오였다.

박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호투, 96년 전망이 한창 밝아진 상태였다.

임선동은 미.일에서 자신의 야망을 키우는 동기들이 부러웠다.

이때 임에게 쇼크를 준 사건이 또하나 터진다.

국내야구의 간판이자 자신의 우상인 선동열마저 일본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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