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 국무에 ‘국빈급’ 의전…MB 오찬선 북핵이 주의제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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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19일 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1박2일의 방한 일정을 시작한다. 정부는 클린턴 장관을 맞는 의전과 경호를 격상시키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영부인 출신인 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실세 장관이란 점에서다.

◆“영부인급으로 모셔라”=클린턴 국무장관이 제프 베이더 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과 폴 셀바 합참의장 특보(3성 장군) 등 8명의 공식수행원을 대동하고 도착하는 공항에는 한덕수 주미대사가 나가 영접할 예정이다. 장관급 외빈의 경우 외교통상부 국장이 나가 맞는 관례보다 격상된 영접이다. 20일 낮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한다. 대통령이 외국 장관에게 오찬 또는 만찬을 베푸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11일 방한했던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상도 이 대통령을 예방했으나 식사를 함께하지는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행정부 교체 이후 첫 방한이라 짧은 면담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오찬을 마련했다”며 “한국에 앞서 들른 일본에서도 아소 다로 총리가 환영 만찬을 주재한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방한 보따리에 뭐 들었나=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과 이 대통령과의 오찬 면담에서는 북한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할 것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첫 방문지인 도쿄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를 북핵 6자회담의 의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 대통령을 공식 초청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연내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상호 방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상태여서 클린턴 장관이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관심거리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원론적 입장을 언급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한국의 지원 확대 방안을 먼저 제시하되 파병 문제에 대한 본격 논의는 피해 간다는 전략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클린턴 장관의 위상으로 볼 때 사전 설정된 의제에 따라 구체적 현안을 협의하는 회담보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원칙과 기본 인식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방문, 여성 정치인과 만남도=클린턴 장관은 20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조윤선(한나라당)·추미애·최영희·김유정(이상 민주당)·박선영(자유선진당) 의원 등 여성 정치인들을 만나 환담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여성으로서의 약점을 극복한 선배 정치인에게 후배로서 궁금한 점을 물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북핵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클린턴 장관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만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주한 미 대사관 측은 “계획 없다”고 부인했다. 간담회 후 클린턴 장관은 2000여 명의 이대생에게 강연을 할 예정이다.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클린턴 장관이 졸업한 웰즐리여대와 이화여대가 자매결연을 한 사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클린턴 장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필요한 절차를 밟을 시간이 촉박해 성사되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은 한국에서 20시간의 체류 일정을 끝낸 뒤 다음 방문지인 중국으로 출국한다.

강찬호·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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