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64% 손실 … 동유럽 펀드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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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펀드 수익률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 시장이 타격을 입은 데다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국가채무 불이행)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동유럽에 투자하는 23개 펀드의 수익률은 -8%. 지난 1년간 누적 수익률은 -64%로 러시아 펀드(-76%)와 함께 최하위권이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1년간 수익률(-45.6%)에 비해 손실이 훨씬 크다. 동유럽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신한BNPP봉쥬르동유럽플러스주식자’는 연초 이후 -10.6%, 1년간 -67.7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유로컨버전스주식형자’와 ‘우리CS Eastern Europe주식’이 올 들어서만 10% 넘는 손실을 냈다. 러시아 펀드 중 ‘JP모간러시아주식종류형자’의 1년 수익률은 -82.3%로 전체 해외 펀드 중 가장 저조하다.

동유럽 펀드는 러시아와 동유럽, 터키 등에 투자한다. 최근 동유럽 펀드의 손실은 투자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 시장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게다가 주요 투자국인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의 통화가치는 올 들어 10% 넘게 빠졌다. 이들 국가가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부채 규모는 이들의 외환보유액에 육박하거나 이미 넘어섰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이경수 연구원은 “외국은행이 자금회수에 나선다면 동유럽 국가가 자생적으로 이를 상환할 만한 능력은 없어 보인다”며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와 비슷한 연쇄부도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2일까지 체코의 PX지수는 15.39% 떨어져 조사 대상 42개국 증시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폴란드 WIG지수는 -13.46%, 헝가리 BUX지수는 -3.93%, 러시아 RTS지수는 -3.23%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연구원은 “러시아는 브릭스 4개국 중 경기와 증시 전망이 가장 좋지 않다”며 “여기에 동유럽 국가까지 부도 위기에 놓이면서 동유럽 펀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펀드 설정액은 그다지 줄지 않고 있다. 3개월간 동유럽 펀드 수익률은 11.7% 하락했지만 설정액은 305억원(2.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러시아 펀드 설정액은 최근 3개월 동안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펀드 자산이 반 토막 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아예 환매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주일만 보면 러시아 증시가 반등을 보이면서 동유럽 펀드는 4.8%, 러시아 펀드는 10.6%의 수익을 거뒀다. 이런 반짝 상승 때 동유럽과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채수호 삼성증권 펀드연구원은 “동유럽 국가는 금융시스템이 서유럽에 의존해 있는 데다 경상수지도 악화되고 있어 러시아보다도 더 위험하다”며 “동유럽 펀드와 러시아 펀드의 비중을 줄이고 보다 유망한 지역으로 갈아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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