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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추락 참사]미국 적십자 자원봉사자들 비지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가 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람으로 여기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한 사고현장 곳곳에는 적십자사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조끼차림의 봉사요원들로 넘쳤다.

괌 현지인들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부터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이다.

사고기 유가족들이 모여있는 퍼시픽스타호텔에서 활동중인 은백의 보브 헤이스 (60.인디애나) 도 자원봉사자중 한 사람. 인디애나에 있는 볼 (Ball) 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중인 그가 사고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5일 오후1시 (미 중부시간)가 조금 넘었을 무렵. 인디애나 적십자사 지부로부터 무선호출기로 연락이 왔다.

"괌에 가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에 곧장 그렇겠다고 했습니다."

학교는 방학중이었지만 그는 다음날 중요한 계획이 있었다.

부인및 아들 가족과 함께 모처럼의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부인한테 양해를 구했다.

"아내 역시 적십자사 자원봉사자이므로 선뜻 수긍했습니다."

그는 즉시 짐을 꾸렸고 비행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밤을 새우는등 24시간의 우여곡절끝에 괌에 도착했다.

헤이스가 이곳에서 맡은 일은 전공을 살려 환자나 가족들의 카운슬러 역할을 하는 것. 다른 자원봉사자 동료들이 작성한 환자및 유가족 인적사항을 토대로 상담은 물론 유가족 안내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인디애나 지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재난때마다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 활동을 수십년째 벌이고 있다.

"무슨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과거 제가 무슨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굳이 얘기하자면 자원봉사에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힘이 닿는 한 서로 돕고 살자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그는 앞으로 괌에 열흘가량 머무를 생각이다.

"개학을 앞두고는 있지만 학교측에 양해를 구해놨습니다.

휴가 계획은 가을에 다시 짜죠. "

헤이스의 항공료는 적십자사측이 부담했다.

그러나 보수는 물론 없고 자원봉자 활동중에 드는 소소한 비용들도 모두 본인 부담이다.

그와 비슷한 자원봉사자들이 괌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현재 괌에서 대한항공기 사고 처리를 위해 활동중인 자원봉사자들중 미국 본토에서 온 사람만 50여명에 이를 정도다.

그는 "하루 서너시간 정도밖에 못자지만 아직 견딜만 하고 나보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는 밤을 새워 봉사하는 사람도 많다" 며 부산하게 봉사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괌 =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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