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 장례위 허영엽 신부 문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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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의 홍보담당인 허영엽 신부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지 사흘째인 18일 “추기경님의 재산은 남은 게 거의 없다”고 밝혔다.

허 신부는 “추기경님은 은퇴 생활 보조금으로 월 250만원씩 받았는데 이는 다른 신부들과 같은 금액”이라며 “비서신부 말에 따르면 잔고가 1000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데 선물로 산 묵주 등에 지불할 돈이 있어서 지불하고 나면 모자랄 수도 있다고 들었다. 추기경께선 평소 도움을 요청하신 분들을 도와주려고 보조금을 쓰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이날 명동성당 구내에 마련된 임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허 신부와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얼굴은 언제까지 공개하나.

“19일 오후 5시 입관식 직전까지 공개한다.”

-장지까지 가는 경로는.

“명동성당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다음 양재 인터체인지, 수원 톨게이트를 지나 태광컨트리클럽, 죽전로터리, 오산리 입구를 거쳐 행사장에 간다. 장례미사가 12시께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 미사가 끝난 후 장지에 도착하기까지는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그 이후에 장지에서의 절차는.

“무덤 축복, 하관, 성수뿌리기 등 일반적인 신부들의 장례절차와 비슷하다.”

-추기경의 각막기증으로 장기기증 등 사랑나누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각막 상태가 양호하다. 2명에게 이식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추기경께서 장기기증을 하고 떠나셨다. 추기경께서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삶을 사셨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런 (장기기증) 운동이 활발히 전개돼 환자들에게 빛이되고, 희망이 되길 바란다. ”

-유구상태가 양호하다.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 유리관은 특수 제작된 냉동고다. 제의를 입힌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선종하신 신부님들도 얼굴을 그렇게 공개한다. 냉동고이기에 변질이 거의 안됐다.”

-외교사절은 누가오나.
“추기경님은 평소에도 주변에 가능하면 간소하게 (장례절차)를 진행하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 교황께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교황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대표사절을 보내신다. 다른 지역에도 오시는데 어려우니 그냥 추기경님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도쿄나 오사카쪽 교구장들은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저희 교구는 추기경님에 대한 유물이나 유품은 혜화동에 있는 가톨릭대 신학교에 일부분 보관돼 있다. 정부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는 장례를 치르는 것이 주목적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기념관 건립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념관을 따로 건립하는 것은 추기경님의 유지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곳을 보완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어제 한승수 총리가 방문해 무언가를 전달하지 않았나.

“어제 총리가 온 것은 개인 자격이다. 한 총리께서는 가톨릭 신자다. 개인자격으로 오신거지 다른 의미가 있어서 오신 건 아니다.”

-각막 이식은 누가 받았나.

“의료진이 누가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는 각막을 이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는데 이식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장례절차는.

“19일 오후 4시10분부터 5시까지 시신을 염한다. 비공개다. 5시부터 정진석 추기경의 주재로 입관예절을 한다. 당초 20일 오전 8시까지 조문을 하도록 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조문을 하러 오신다. 그래서 (장례미사) 당일 조문은 없고, 목요일 12시까지 일반인 조문을 끝내는 것으로 한다. 추기경님의 얼굴이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순간은 염습을 마친 뒤 정식 관에 시신이 안치되는 오후 5시부터 약 10분간이 될 것이다.”

-장례미사는.

“금요일 오전 10시에 장례 미사를 시작하는데 주례와 강론은 정진석 추기경이 한다. (장례) 미사는 일반 신부들의 장례미사처럼 소박하게 진행하겠다. 미사가 11시30분에서 12시 사이에 끝날 것 같다. 끝나면 바로 장지로 이동한다. 가장 어린 신부 8명이 시신을 운반한다. 고별사는 다섯 분에게 부탁했다. 일단 교황청에서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대주교ㆍ필리핀)가 교황청을 대표해 조사한다. 정부 대표로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에게 부탁할 예정이다. 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회장과 서울대교구 사제대표도 조사를 한다.

-관에 부장품은 들어가나.

“가톨릭 전통대로 부장품 없이 입관한다. 삼나무로 된 관을 준비했다.”

-삼나무로 제작하는 이유는.

“삼나무가 평범하고, 일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추기경도 평소 병상에서 여러 차례 말씀하셨듯, 예절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쓰던 관도 소박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그 유지를 받들어 일반 신부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다만 일반관보다 30㎝ 정도 길다. 보통 신부들의 관은 2m인데 김 추기경의 관은 230㎝정도다. 미트라(Mitra.추기경의 품의를 상징하는 모자)를 쓰기 때문이다. 또 추기경의 문장이 관 뚜껑에 새겨져 있다는 점도 다르다. 현재 삼나무 관은 명동성당에 보관돼 있다.”

-추기경의 묘소는 다른 신부님의 그것과 차이가 있나.

“다른 신부님의 묘소와 거의 같다. 김 추기경님의 시신은 노기남 대주교 옆 자리에 안치된다. 김 추기경님과 노 주교님 바로 뒤에 일반 신부님들의 묘소가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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