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폼 나는 정장, 남자의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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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글(밀라노)=강승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몸판 중심선이 잘 맞았나


 정장 재킷을 고를 땐 가장 먼저 칼라의 중심선이 몸의 중심선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성복이든 맞춤복이든 고급 정장 재킷이라면 기초 단계부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기계화된 기성복 라인을 갖춘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도 여전히 사람 손으로 다시 한번 확인할 만큼 공을 들이는 부위다. 제냐는 심지어 레이저 자로 직선 여부를 확인할 만큼 까다로운 절차를 반복한다. 이 중심선을 기준으로 이후 공정에서 재킷의 대칭을 맞추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재킷을 입고 바로 섰을 때 뒷모습에서 재킷 칼라의 정중앙이 몸의 중심선과 일치하는지 여부로 확인할 수 있다.

주머니·몸판 줄무늬 체크

굵은 것이든 가는 것이든 재킷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줄무늬 맞추기다. 체크무늬보다는 수월한 편이라고 하지만 대량생산하는 기성복 재킷에선 줄무늬가 더 많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과정이다. 재킷의 앞판·뒤판·칼라·소매 등 따로 재단된 부위들이 만나는 곳마다 줄무늬가 완벽하게 일치하기는 불가능하다. 입체인 사람의 몸을 평면인 줄무늬 천으로 감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킷을 만들 땐 전체적인 균형미를 고려해 어떤 부분의 줄무늬를 맞춰야 하는지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일반인이 구별하기 좋은 방법은 재킷 양쪽의 주머니 덮개 줄무늬와 이어지는 바로 위, 아랫부분 몸판의 줄무늬가 일치하는지 따져보는 일이다. 대개 안쪽부터 둘째 줄무늬가 기준선이다.

암홀이 넉넉해야 편안

양복을 살 때는 매장에서 반드시 옷을 입어 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암홀(armhole·소매와 어깨가 맞붙는 부분 )이 꼭 끼는지 혹은 편안한지 살피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남성 정장 어깨 부분에는 패드가 들어간다. 이때 사용되는 패드에는 일반적으로 3~4가지의 소재가 동시에 쓰인다. 재킷의 몸판 작업에서 마지막 과정은 패드에 들어간 여러 소재의 끝을 잘라내고 여기에 소매를 꿰매 붙이는 일이다. 패드 소재의 끝을 최대한 짧게 잘라낸 후 서로 다른 소재가 각자 놀지 않도록 재봉질하는 일이 관건이다. 끝을 너무 바싹 잘라내면 재봉질 올이 풀릴 수 있고, 덜 잘라내면 어깨와 소매의 연결 라인이 매끄럽지 못하고 암홀도 꽉 조이게 된다. 헐렁한 재킷보다는 몸 치수에 꼭 맞는 게 유행이라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입을 필요가 있을까. 제대로 만든 좋은 재킷은 몸매의 곡선을 따라 치수는 딱 맞으면서도 팔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도움말 주신 분=루카 크레모니아·카를로 안티코·클라우디오 카스틸리오니(에르메네질도 제냐 정장·셔츠 생산 담당 매니저)

Tip 좋은 원단은 …

 10년 전만 해도 고급 원단은 ‘150수’니 ‘180수’니 하는 기술적 명칭으로 우선 구별됐다. 원단을 짜는 데 사용된 실의 가늘기가 고급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됐던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옷을 걸쳤을 때 얼마나 천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가”라고 말한다. 원단 직조 기술이 발전한 만큼 이제 실을 가늘게 뽑는 기술의 차이는 큰 경쟁력이 안 된다. 오히려 최상급 캐시미어처럼 좋은 소재를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선 이득이다. 고급 소재를 쓸수록 옷을 입었을 때 천이 자연스럽게 몸을 감싸는 느낌이 좋다. 물론 여전히 실의 가늘기는 고급 원단의 기준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예전에는 ‘180수’처럼 가는 실로 원단을 짜면 광택이 났다. 즉 ‘얼마나 윤기가 나는가’를 따져 고급 여부를 가늠했다. 그런데 요즘은 합성 섬유의 광택 처리 기술이 발달해서 굳이 고품질의 가는 실을 사용하지 않아도 원단에서 윤이 난다.


셔츠 살아야 슈트 빛나

 만족스러운 착용감을 위해 셔츠를 맞춰 입는 사람이 많다. 기성품보다 오히려 가격이 싼 경우도 많아 경제력 부담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진짜 제대로 만든 셔츠인지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이다. 다음의 조건들을 기억해 두면 좋은 셔츠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드러운 칼라

넥타이를 매고도 목 부분이 편안하려면 칼라가 부드러운 셔츠가 좋다. 사진처럼 칼라 안쪽에 셔츠 전체를 만든 빳빳한 천 대신 부드러운 소재를 댄 것이 좋은 셔츠다. 타이를 매고 칼라를 접을 때 쉽기 때문이다. 여분의 다른 소재가 필요하고, 제작 과정에서 한 번 더 손이 가기 때문에 고급 셔츠에 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깊은 옆트임

셔츠를 입고 옆선을 보면 앞판과 뒤판의 연결 부위가 허벅지 위쪽에서 갈라져 있다. 이렇게 옆트임이 있어야 셔츠를 바지 안쪽으로 잘 접어 넣을 수 있고 착용감도 편하다. 이 때문에 디자인 단계부터 착용자의 편의성을 한 번 더 고려하는 고급 셔츠일수록 옆트임이 깊다. 그래서 고급 셔츠에는 사진처럼 앞판과 뒤판을 부드러운 천으로 연결한 디자인이 있다. 옆트임이 깊을수록 바지 안쪽은 편하지만 자칫 연결 부위가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한 장치다.

단춧구멍의 꼼꼼함

셔츠의 모든 단춧구멍이 ‘양쪽 막음’으로 돼 있는지 ‘한쪽 막음’으로 돼 있는지도 좋은 셔츠를 구별하는 기준이다. 단추를 채우고 풀 때마다 구멍이 헐렁해지지 않도록 대부분의 단춧구멍은 실로 별도의 감침질이 돼 있다. 이때 사진처럼 양쪽을 단단히 박아줘야 구멍 크기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보통의 셔츠는 대개 한쪽 박음질만 돼 있지만 고급 셔츠는 양쪽에 박음질이 돼 있는 게 기본이다.

쉽게 뺄 수 있는 칼라 고정물

넥타이와 어울려 역삼각형을 이루는 셔츠 칼라의 끝 부분에는 대개 플라스틱 등으로 된 고정물이 삽입된다. 깃을 뾰족하고 팽팽하게 유지시키는 장치다. 고급 셔츠의 고정물은 쉽게 넣고 뺄 수 있도록 길게 밖으로 나와 있다. 셔츠 세탁 시 딱딱한 고정물 때문에 혹시나 천이 상하지 않도록 미리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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