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취약 분야 극복 이렇게 (下) 논술·비교내신…‘강점’을 살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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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식 입시준비와 지원전략으로 내신성적의 약점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합격한 이찬혁(左)·한아영 학생. [최명헌 기자]

‘평소’의 힘으로 ‘현실장벽’을 극복하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 내가 안티 전쟁, 안티 이스라엘을 외치는 것은 지금 그곳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의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죽고 있고, 죽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싸움을 말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한아영양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가자지구 사태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장문의 글로 드러냈다. 논술학원 한번 다니지 않았던 그가 이번 서울대 입시에서 논술과 면접으로 내신성적의 불리함(서울대 내신 40점 만점 중 34점)을 극복해냈다. 평소 시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이다. 고교 시절 블로그에 올린 글만 300개에 달한다.

한양은 중학교 시절 암기 위주의 학교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공부보다는 책보고, 신문 읽는 게 좋았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고교 진학 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 ‘좋은 대학 가려면 내신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주위의 우려 때문에 한다고 했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고1 첫 중간고사 결과는 전교 70등. "외워야 성적이 잘 나오는 내신시험이 제 성향과는 맞지 않았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넓히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죠.”

고1 여름방학 후 치른 9월 모의고사 이후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했다는 한양.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수학 과목도 문제풀이보다는 개념 위주로 공부했던 그는 의외로 모의고사 성적이 좋았다. 전교 10등 안에 들었던 것. "수능 문제는 외우지 않아도 기본개념만 확실히 하면 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전형을 목표로 했다.

고등학교 때도 1주일에 책 두 권은 반드시 읽었다. 신문으로 시사문제를 챙겼고, 관심있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생각이 다른 네티즌들과 토론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나갔다. "그는 교과서만 암기하면 수능점수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책과 신문, 토론을 통해 깊이 생각하고 공부한 게 수능 점수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어 공부도 단어 암기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영어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웠다”는 한양은 "억지로 단어암기를 하면 금세 잊어버린다”며 "신문이나 잡지, 영어원서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만 찾아 외웠다”고 자신의 공부법을 공개했다. 그는 실제 수능에서 언어·외국어 만점을 받았다.

언어·수리·외국어 1등급, 사회탐구 평균 1.5등급. 하지만 내신성적에서 많은 감점을 받다 보니 서울대 사회과학부 합격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평소 꾸준히 해왔던 한양만의 논술 준비법이 빛을 발했다. 자신이 블로그에 올려놓았던 시사문제를 점검하고, 자신의 의견과 네티즌들의 상반된 의견에서 해결점을 도출해내는 연습을 했다. 내신 ‘-6’을 극복한 일등공신은 꾸준한 ‘독서’와 생각정리의 ‘습관화’였다.

‘맞춤식 지원전략’이 ‘한의대생’만들다

"고2 말 내신성적이 너무 안 좋아 자퇴도 생각했습니다.” 외고 출신인 이찬혁씨는 중하위권인 내신성적 때문에 학교를 그만둘까 고려했던 적이 있다. 성적이 제일 좋았던 과학과목이 3등급, 언어·수학·외국어는 5~6등급이 고작이었다. 중학교 시절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외고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문만 믿고 진학했던 것도 낭패였다. 결국 고3 때 수능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나마 외고입시를 위해 영어실력을 쌓아두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문제풀이로 우선 외국어를 정복했고, 수학과 언어영역·과학탐구(고교 진학 후 자신의 적성이 자연계임을 깨달음) 등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기본부터 다졌다. 결국 2007학년도 H대 공대에 합격했다. 그리고 1년 6개월여가 흘렀다.

‘원하던 의학계열에 내신 때문에 지원조차 못했던 게 한(恨)으로 남았어요.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6월)부터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심했죠.’

머릿속에는 '비교내신'이 있었다. 졸업한 지 햇수로 2년이 됐기 때문에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수능성적으로 고교 내신을 대체하는 대학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됐다. 처음 1개월간은 기본개념 위주로 공부했다. 이후 개념이해와 문제풀이를 병행하면서 실전감각을 익혔다. 이씨는 졸업 후 2년 만에 치른 수능에서 언어·외국어 1등급, 과학탐구 평균 1.33등급을 받았다.

수리 3등급 극복과 비교내신을 적용하는 대학을 찾는 게 과제였다.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범위를 좁혀 나갔다. 또 언어·외국어·과학탐구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대학을 골랐다. 대부분의 대학이 자연계의 경우 수리영역 성적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언어·수리·외국어·과학탐구 반영비율을 1:1:1:1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곳을 찾았다. 그는 "재수생에게는 비교내신을 적용하는 대학이 있으므로 내신이 좋지 않았다면 그런 학교를 골라 지원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

A4용지에 비교내신 적용 대학과 4개영역 동일반영 대학을 적어놓고, 성적에 맞는 대학을 추려나갔다. 결국 정시전형에서 가·나·다군 3개 대학 한의예과에 지원한 이씨는 모두 합격해 부산 동의대 한의예과를 택했다. "내신성적이 안 좋다고 자포자기하기엔 앞날이 창창하잖아요. 대학지원 전날까지 자신의 강점을 살린 지원전략을 세워 보세요. 분명 나를 기다리는 대학이 있을 겁니다.”

최석호 기자,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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