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코트의 로봇인간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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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울산 모비스경기에서 모비스 천대현이 패스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빠지면 다시 끼워 맞춘다? 농구 코트에 로봇 인간이 등장했다.

지난 15일 울산 모비스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경기. 1쿼터 초반 SK 방성윤과 부딪힌 모비스의 천대현이 팔을 붙잡고 신음했다. 모비스는 “만성 어깨 탈구를 앓고 있는 천대현의 어깨가 빠졌다”고 밝혔다. 관중은 천대현이 며칠 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모비스 관계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천대현은 10분 만에 다시 코트에 돌아와 17득점하면서 맹활약했다. 천대현은 라커룸에서 트레이너가 빠진 어깨를 끼워주자 곧바로 코트에 돌아온 것이다. 천대현은 이날 수훈 선수로 꼽혀 인터뷰까지 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처음엔 팔꿈치가 빠진 것으로 알고 놀랐는데 어깨가 빠졌다고 해서 한숨을 놓았다”면서 “천대현은 어깨가 빠지면 금방 끼워 맞추고 다시 뛸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모비스 이동훈 기획팀장은 “인조팔처럼 빠졌다 끼웠다 할 수 있는 천대현의 어깨를 보고 처음엔 놀랐지만 이젠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어깨 보호대를 차면 쉽게 빠지지도 않고 빠져도 곧바로 다시 끼워 넣을 수가 있다. 이젠 만성으로 발전해 수술해도 낫지 않고 천대현 본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종천 전자랜드 코치도 선수시절 습관성 무릎 탈구로 고생했다. 현대에서 함께 선수로 뛰었던 박수교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잠버릇이 심한 박종천은 자다가도 무릎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무릎을 끼워 맞추면 곧바로 다시 잠이 들곤 했다”고 기억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플레잉코치인 조혜진도 습관성 어깨 탈구 증세가 있다. 고교시절 골 밑에서 맹활약했던 조혜진은 실업과 프로에 들어와서는 어깨가 빠질 가능성이 있는 리바운드 싸움에 별로 가담하지 않았다.

만성 습관성 탈구는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일이다. 삼성 트레이닝센터 안병철 박사는 “어깨가 빠진 뒤 재활이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경기에 나서면서 생기는 병”이라면서 “선수 자신은 큰 통증을 느끼지 않을지 몰라도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근육과 인대가 손상돼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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