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개각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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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는 5일 단행한 개각에는 12월 대선의 공정관리에다, 6개월여 남은 임기를 효율적 마무리짓겠다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우선 임기말 내각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건 (高建) 총리를 유임시켰다고 한다.

외교.안보팀과 경제쪽을 손대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高총리의 경우 재임 5개월만에 하차시킬 명분이 약한데다 호남출신인 그를 경질하면 정치 쟁점이 될까해 일찍부터 접어두었다 한다.

다만 한 관계자는 "高총리가 청와대의 불만을 알게 된 만큼 집무 자세가 달라질 것" 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같은 호남출신으로 관심을 모았던 강운태 (姜雲太) 내무장관은 경질됐다.

姜내무는 내부인사 관리와 한총련 폭력시위 당시의 소극적 대응 자세가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신한국당에선 대선때 역 (逆)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지난 3월 같이 취임한 최상엽 (崔相曄) 법무장관이 물러난 것을 姜내무 경질과 같은 선상의 선거주무장관 '물갈이' 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검찰의 한보.김현철 (金賢哲) 씨 사건처리에 대한 청와대의 언짢음등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순히 姜내무의 경질 명분을 명확히 하느라 '유탄 (流彈)' 을 맞은 게 아닌, 보복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는 지적이다.

그자리에 김종구 (金鍾求) 서울고검장이 임명된 것은 9월15일 임기만료로 그만두는 김기수 (金起秀) 검찰총장의 후임 인사를 앞두고 교통정리 차원의 성격도 있다.

가장 의외의 인사는 무소속인 홍사덕 (洪思德) 의원 정무1장관 기용. 洪의원은 87년 이래 金대통령과 거리를 두었고 92년 대선때는 김대중 (金大中) 총재의 대변인을 맡았다.

한 당국자는 "金대통령은 洪의원의 정치적 재질을 아까워해 왔으며 그를 키워주고, 대선때 세대교체의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한 측면도 있다" 고 해석했다.

신한국당 소속 각료 8명은 예고대로 대선때 중립 시비를 막기 위해 강경식 (姜慶植) 경제부총리만 빼고 7명 모두를 퇴임시켰다.

이들의 후임은 임기가 6개월여 남은 만큼 "새로 일을 배우지 않고 바로 부처를 지휘할 수 있는 전문 경험자" 를 金대통령이 골랐다고 한다.

농림장관에 기용된 이효계 (李孝桂) 토지개발공사사장을 비롯, 조정제 (趙正濟) 해양수산장관 (해양수산개발원장).이기호 (李起浩) 노동장관 (총리실 행조실장) 등이 그들이다.

다만 안병영 (安秉永) 교육장관.진념 (陳稔) 노동장관이 바뀐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실은 安장관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부처를 제대로 휘어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陳노동은 오래전부터 그만둘 뜻을 표시해 왔다.

새로 교육장관을 맡은 이명현 (李明賢) 서울대교수는 교육개혁위원으로 일해 업무에 생소하지 않다.

청와대 수석들중 장관으로 발탁되는 사람은 드물 것으로 자체 전망됐지만 윤여준 (尹汝雋) 공보수석이 환경부를 맡았고 심우영 (沈宇永) 행정수석은 고향인 총무처를 맡는등 2명이나 등용됐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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