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오지에 한국을 심는다]2. 우즈베크 국영 제4TV 한국어 강좌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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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일천구백구십칠년 일월 십팔일 텔레비전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는 프로를 전달받았습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이십분입니까. 삼십분을 보여도 되지 않습니까… 문법풀이 가르쳐 주십시오. " ( '한국어 강좌' 시청자 편지중 일부) 스탈린에 의해 극동 연해주의 한인들이 강제이주된지 60년이 된 올해 20만명의 강제이주 한인 (고려인) 들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국영방송을 통해 우리의 젊은이들이 만드는 한국어 강좌가 현지 고려인들의 뜨거운 호응속에 방송되고 있다.

이곳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젊은이들은 한국국제협력단 (KOICA) 의 해외봉사단원인 김미성 (金美星.27).허혜란 (許惠蘭.27).남자영 (南子英.26).임현진 (林賢珍.25).도춘임 (都春任.25).김영아 (金英娥.24).안정림 (安貞林.24) 씨등. 이들이 기획.제작에서 교재배포까지 일체의 과정을 책임지고 만드는 프로그램은 우즈베키스탄 국영 제4TV를 통해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한국어 강좌 '한국어를 배웁시다' . 해외봉사단 한국어 강사 요원으로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에 파견된 이들은 각기 이곳의 동방대학과 세계경제대학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말 서로 강의얘기를 나누다가 조상의 말인 한국어를 잊어가고 있으며 통역 없이는 대화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이곳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봉사단원들은 먼저 우즈베키스탄 전지역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통한 외국어 교육' 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육부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지 한국어 교육원을 통한 방법도 있지만 폐쇄된 교실에서 소수를 상대로 한 한국어 교육보다는 방송을 통한 광범한 교육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14일 한국어 방송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하는 1차회의와 방송국과의 제작협의를 한 후 상황극 촬영등에 들어갔다.

방송국측의 실무 파트너는 고려인 출신 박리타 (37.여) 씨, 봉사단원들과 함께하는 공동방송 진행자로는 우즈베키스탄인인 아짐 사이도프 (41)가 선정됐다.

필요한 방송자재와 기술지원도 방송국에서 제공했다.

단원들 한명 한명이 배우이자 연출가였고 대본작성자가 됐다.

드디어 97년 1월18일 토요일 낮12시45분 첫 방송.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잊혀져 가는 한국어를 다시 배울 수 있게 해준데 대한 감사편지에서 궁금한 것을 묻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1천여통의 시청자 편지가 쇄도했다.

타슈켄트에 사는 김 가리나 (65) 할머니는 "1937년에 극동 연해주 원동에서 이곳에 온후 처음으로 한국말 방송을 보았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며 고마워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현재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에서 한국어를 강의하는 김미성씨는 "이곳에 있는 고려인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正體性) 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은 대사관이나 대기업들의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현재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방송용 한글자막기가 없다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사용중인 편집기계는 우즈베키스탄어와 러시아어, 그리고 영어 자막기뿐으로 직접 한글입력이 어려운 상태다.

봉사단원들이 소유한 컴퓨터를 이용해 한글자막을 촬영한 후 다시 입력해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체 50과로 예정돼 있는 방송은 벌써 절반을 넘었으며 마지막 방송은 올해 마지막 토요일인 12월27일로 잡혀있다.

방송을 연장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 방송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한국어 강좌는 봉사단원들의 자체 소규모 프로젝트로 지정돼 국제협력단의 사업비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타슈켄트 (우즈베키스탄)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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