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김병지, 500경기 출장 ‘철인’의 꿈 영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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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철의 수문장’ 김병지(39·경남 FC)는 1970년생,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활기차고 날렵하다. 국내 프로축구 선수 중 최고령인 그는 K-리그 최다 출장(471경기) 기록을 갖고 있다. 경남 밀양 출신인 김병지는 자신의 꿈인 500경기 출장을 위해 FC 서울을 떠나 고향 팀wwwwww으로 내려왔다. 경남 선수단이 전지훈련 중인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김병지를 만났다.

#500번이냐 29번이냐

김병지는 입단식에서 등 번호 50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았다. K-리그 사상 최초이자 앞으로 당분간 깨지기 힘든 500경기 출장이라는 목표를 새긴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 자릿수 등 번호를 허용한 적이 없고, 관중의 식별이 어렵다. 또 이런 선례를 남기게 되면 앞으로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게 불가 이유였다.

이에 대해 경남 FC 김영만 사장은 “우리는 지방 구단인 데다 빅 스타도 없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매우 어렵다. 연맹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현재 29번을 달고 훈련 중이다. 500경기 출장에 앞으로 29경기 남았다는 뜻이다. 그는 “연맹에서 500번을 허락하지 않으면 29번으로 갈 수밖에 없다. 등 번호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 안에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세운 기록인데

김병지가 전지 훈련지인 하이난다오에서 몸을 풀고 있다. [하이난다오=정영재 기자]

김병지는 자신의 기록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기나긴 무명의 세월을 뚫고 일어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축구를 하고 싶어서 고아가 아닌데도 소년의집고등학교(현 알로이시오고)에 들어갔고, 불러주는 데가 없어 창원의 LG산전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밤에 훈련을 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도민구단으로 오니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LG산전 다닐 때는 아스팔트에서도, 창고에서도 연습을 했다. 지금 내가 불평을 한다면 초심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프로 18년 동안 체중 78kg을 유지하는 데 병적일 정도로 집착했다. 그램(g) 단위로 체중을 측정해 조금만 초과했다 싶으면 바로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조절했다. 겨울 휴가 기간에 서울 역삼동 ‘나웅칠 웰니스 클리닉’에서 재활훈련을 했다.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족한 근력이 어디인지를 알고, 세심한 처방에 바탕한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휴가 기간에 술 마시고 노는 선수는 0점,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를 하는 선수는 50점,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몸을 만들어 오는 선수는 150점이다. 나는 100점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은 김병지를 믿는다

조광래 경남 감독은 올해 대대적인 팀 개편을 했다. 3년 전 창단 때 입단한 선수 20명을 한꺼번에 내보냈고, 대신 신인 드래프트에서 15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8명을 뽑았다. 지난해 무명의 서상민과 김동찬을 국가대표까지 성장시킨 조 감독은 “올해도 자질이 뛰어난 선수가 많이 들어왔다”며 흡족한 표정이다. 1순위로 뽑은 스트라이커 송호영을 비롯해 미드필더 이용래·이훈, 수비수 김주영 등은 실전에 투입해도 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신예가 많다 보니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하다. 조 감독은 플레잉 코치인 김병지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병지는 쉴 새 없이 소리치며 수비수의 위치와 움직임을 지시한다. 그는 “내가 골을 먹으면 수비수들에게 욕을 하면서 책임을 돌린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건 오해”라며 “축구는 전쟁이다. 좀 더 집중하면 골을 안 먹을 수 있는데 한 선수 때문에 10명이 힘들다면 이를 질책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플레잉 코치가 됐으니 좀 더 부드럽게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하이난다오=정영재 기자

◆김병지는

체격 조건 : 키 1m84cm, 체중 78kg

별명 : 꽁지머리, 번개

좋아하는 음식 : 해산물

좌우명 : "인내는 쓰되 그 열매는 달다”

출신 학교 : 밀양초-밀양중-마산공고-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

프로 경력 : 울산 현대(1992~2000)-포항 스틸러스(1992~2000)-FC서울(2006~2008)-경남FC 플레잉코치(2008~ )

대표 경력 : 아시안컵 대표(1996)-월드컵 대표, 아시안게임 대표(1998)-월드컵 대표(2002)- 북중미 골드컵 국가대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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