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빈발해도 경제는 호황 교민들에게 떠나란 말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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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상당수 서방 국가의 외교관 가족과 사업가들은 이미 사우디를 떠났다. 그러나 강광원(59) 주 사우디 한국대사는 고민스러워했다.

-미국은 자국민 철수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교민 안전에 누가 생길까 걱정이다. 그러나 이곳에 수십년씩 투자한 기업들과 삶의 기반을 닦은 교포들에게 떠나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 사우디는 '제2의 경제붐'을 맞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석유 재정수입이 크게 늘어 정부와 민간 투자가 늘고 있다. 우리로서는 플랜트 수출과 프로젝트 수주의 좋은 기회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이 최근 4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주바이르 공업단지 석유화학시설 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여기에 사우디는 우리 원유 수입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사우디에서의 철수는 심각하게 검토해 결정할 문제다."

-누가 테러범인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단체를 꼽지만 내부 과격단체와 결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우디 왕족에 의해 피해를 보거나 정치적으로 소외된 집단들의 반정부 폭력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우디 당국의 치안대책을 평가하면.

"워낙 행정이 미비한 곳이라 허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치안 관계자들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테러가 주춤한데.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교민들의 분위기는.

"교민이 1200명쯤이다. 지난 5월 말 쿠바르에서 발생한 인질극에서 필리핀 등 동양인과 중동인도 살해당한 뒤 이제 공격대상에서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지.상사 자녀들은 이미 상당수 한국으로 갔다."

-교민들의 안전대책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영사 서신'을 보내 사건의 전말과 유의점을 알려줬다. 교민 지도자들과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대책을 논의한다. 교민의 비상연락망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사우디 입국비자 발급이 어려워 소재 파악이 잘 안되는 여행자 등은 없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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