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돕고 시간 아끼고 대구 남구청 ‘사이버 장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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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구 남구청 직원들이 13일 직원 휴게실에서 ‘전통시장 사이버 금요 장보기’를 통해 구입한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남구 제공]


 “생각보다 가격이 싸고 양도 많네요. 쇼핑 시간 절약은 ‘덤’이라 할 수 있지요.”

대구 남구청 기획조정실 이옥렬(34·여)씨의 반응이다. 그는 13일 시장에 가지 않고 저녁 반찬거리를 샀다. 구청이 만든 전통시장 사이버 장보기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가 산 것은 부추·고추·시금치·모시조개로 모두 8500원어치다. 전날 구청의 사이버 금요 장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신청한 뒤 이날 퇴근 때 구청 직원 휴게실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장바구니를 찾을 수 있었다. 이씨는 “신선도나 가격도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주말 퇴근 때 쫓기듯 시장을 볼 필요가 없게 됐다”며 반겼다.

대구 남구의 ‘전통시장 사이버 금요 장보기’ 모습이다.

이날 처음 선보인 금요 장보기에는 48명이 76만5000원어치의 물품을 샀다. 물건을 판 곳은 남구 관문시장이다.

쇼핑 품목은 부추·시금치·파프리카·고등어·갈치·브로콜리·콩나물 등 150여 가지였다. 대다수가 여직원이었지만 남자 직원도 일부 동참했다.

금요 장보기는 직원들이 구청 내부 전산망의 금요 장보기 코너를 통해 쇼핑할 물건을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코너에는 품목과 가격이 적혀 있다. 건어물·채소류·생선류·과일류 등 다양하다. 감자를 구입할 경우 ‘감자 큰 것 세 개’로 적으면 이에 맞춰 준비한다. 시장에서 장을 보듯 적어 놓으면 관문시장상인회가 알아서 챙긴다. 구청 시장경제과의 금요 장보기 담당자가 이를 취합해 관문시장상인회에 전달한다. 상인회는 가게를 돌며 물품을 사 금요일 오후 남구청에 전달한다. 신청한 직원들은 퇴근 때 휴게실에서 이름이 적힌 쇼핑 봉지를 찾으면 된다.

물품 대금은 각 부서의 서무를 거쳐 지역경제과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담당자는 금요일 오후 이 대금을 전통시장(재래시장) 상품권으로 바꿔 상인회에 전달한다. 상품권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금요 장보기는 시장경제과 직원들이 만들었다.

서민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나온 아이디어다. 전통시장 상인에게 도움을 주고 쇼핑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남구는 이를 서민돕기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석태옥(53) 남구청 시장경제과장은 “구청의 여직원 100명이 한 달만 이용해도 400명이 전통시장을 찾는 효과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쇼핑 장소로는 남구의 16개 전통시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관문시장을 택했다. 서부정류장 옆에 위치한 관문시장은 250여 점포가 영업 중이다.

시장상인회도 반기고 있다.

대형 마트에 밀려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봉(64) 관문시장상인회 사무국장은 “손님 한 명이 아쉬울 정도로 어렵다.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해 도움에 보답하겠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물건 가격이 들쭉날쭉하고 돈을 지급하는 절차가 복잡한 점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석 과장은 “시행 과정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점검해 보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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