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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쉰 넘어서도 SW 개발 지휘 보람 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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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긴 한 중견 소프트웨어(SW)업체 대표가 밤샘 작업을 밥먹듯 해야 하는 신제품 개발을 손수 이끌고 있다. 영림원소프트의 권영범(55·사진) 사장이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신제품 ‘K시스템 v5제누인’ 개발을 최근 마무리했다. 시스템공학연구소(현 정보통신교육원) 출신인 그는 엔지니어링 업무가 가능한 국내 몇 안 되는 현역 CEO로 꼽힌다. 1993년 영림원소프트를 설립해 오라클·SAP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국내 ERP시장에서 선전해 왔다. 지난해 매출은 107억원. 권 사장은 “성장이 더디지만 외제품을 편히 갖다 쓰기보다 자체 개발한 것들인 만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새 SW 개발에 전 직원이 참여했다고 하던데.

“2007년 초 직원 110명을 모두 모아놓고 개발 출정식을 했다. 프로젝트 코드명은 ‘앙코르’로 정했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를 기념해 전 직원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에 관광 다녀오자는 뜻이었다. 앙코르와트와 같은 명품 SW를 만들어 보자는 뜻도 있었다. 전담개발팀으로 30명을 차출했고 그 외 직원들로도 7개 지원팀을 꾸렸다. 지원팀은 일과 시간엔 평소 업무를 하고, 일과 후와 주말에 모여 신제품 개발을 함께 고민했다. 제품 기본구상부터 영업·컨설팅 요령까지 전 과정에 전 직원이 참여해 지식을 공유했다. 덕분에 아이디어가 풍부해졌고 직원들의 자질도 한 단계 높아졌다. 제품에 대한 애착도 커진 것 같다.”

-실무를 주도했는데.

“8개 팀과 2주에 한 번씩 프로젝트 미팅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거의 매일 회의를 주재했다. 긴장해서 그런지 체력적으론 버틸 만했다. 흰머리는 좀 늘었다.”

-CEO 역할에 소홀해지진 않았나.

“실무에 몰두하다 보니 그런 측면이 있다. 대인관계도 약간 지장을 받았다. 그다지 가치없는 대외활동을 구조조정하는 계기는 됐다. 팀장들에게 권한이 많이 위임돼 조직의 자율성이 커진 장점도 있다.”

-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신제품 반응이 좋다. 국내 중견기업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는 전산시스템을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애쓴 덕분이다. 프로세스통합(BPM)이니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니 하는 최신 기술도 대거 탑재했다. 덕분에 전년 대비 올 성장 목표인 25%는 무난히 달성할 듯싶다. 우리 회사는 특히 기존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 매출의 3분의 1이 이들에게 구축해준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나라 SW산업 기반이 취약하다고 한다.

“인재가 부족하다. 16년 전 창업 때보다 사람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채용을 해보면 예전보다 우수 인재가 덜 온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법대·의대·사범대 같은 데 몰린다. 국가경쟁력 면에서 심각한 일이다. 두뇌산업 쪽에 좋은 인력이 몰릴 수 있게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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