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인성 공부 일일 교재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 불량식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 윤리, 학교 폭력을 일삼는 태도, 횡단보도 정지선을 예사로 침범하는 행위, 병든 애완동물을 버리는 인심…. 모두 인성 교육이 제대로 안 돼 일어나는 사회 단면이다.

공장을 돌려 만들 수도 없는데 헌혈이 끊겨 바닥난 혈액 재고, 0.1초를 앞서기 위해 횡단보도의 정지선을 거리낌없이 침범하는 차량, 급우가 고통을 당해도 보복이 무서워 침묵하는 학교 왕따(집단 따돌림) 현장, 돈 몇푼 절약하려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 자투리로 만두소를 빚어 판 기업인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다. 어려서부터 인성 교육이 제대로 안 돼 이런 도덕 불감증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3월 22일자부터 사회면(8면)에 연재하는 '생각뉴스'는 이런 현상들에 대한 꾸짖음과 설득이 담긴 '살아있는 인성 교육 교과서'다.

비록 800자 안팎에 담긴 목소리지만 다양한 주제에 걸쳐 때로 가슴을 적시는 감동을 주거나 훈장이 내리치는 회초리처럼 준엄하기까지 하다.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인성 교육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1712~1778)가 말한 '자연으로 돌아간 인간 본래의 심성'을 찾게 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데 교육의 목표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감독 피터 위어.1989)처럼 명문대 진학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 입시 지상주의이기 때문에 인성 교육은 뒷전이고, 마땅한 교과서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학 입시라는 목표는 중등교육뿐 아니라 초등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은 악이요, 점수를 올리는 교육은 선으로 여겨 전인(全人.지덕체가 조화롭게 발전한 원만한 인격자) 양성 교육은 애당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지식만을 주입받아 가치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성범죄.약물 중독 문제 등이 늘어난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덕성이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판에 박힌 주입식 교육을 거부하고 인간성이 메마른 현실에 따뜻한 인간애를 심어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교사. 우리도 그의 방식처럼 사회에서 '생각뉴스'를 스스로 찾고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인성 교육이 아쉽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