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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본기'등 역사서 열풍 고구려로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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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 어린 시절 역사시간에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법한 상상이다.

만주벌판에서 말 달리며 호령하던 기개와 용맹의 시기. 조그만 국토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고구려는 역사의 거대한 위안의 샘인지도 모른다.

그 고구려가 새롭게 뜨고 있다.

'고구려 본기' (박영규.웅진刊) , '고구려왕조 700년사' (한국역사연구회.오상) , '고구려를 위하여' (김병호.하서) , '고구려 문화유적 산책' (김삼.대륙연구소) , '고구려제국사' (서병국.혜안) , '사막의 별이 된 고선지 장군' (김영현.한양출판) 등 고구려 관련 서적이 계속 선보이고 있는 것. 장르상으로도 역사서.문화탐사.소설.동화 등 다양하다.

출판기획.저술가 장익순씨는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역사서에 대한 관심이 조선.고려에 이어 자연스레 고구려로 옮아간 것" 이라고 설명한다.

60만부 이상 팔린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을 비롯해 '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이상 들녘) , '조선시대 사람들 어떻게 살았을까' '고려시대 사람들 어떻게 살았을까' (이상 청년사) 등 시대에 대한 관심이 고대사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풀이다.

동명성왕부터 보장왕까지 왕조사가 중심인 '고구려 본기' 는 고구려를 중국대륙 국가와 패권을 다투던 강력한 세력으로 묘사한다.

이 책에 따르면 고구려가 백제.신라와 영토를 두고 마찰을 빚기 시작한 것은 건국후 4백년이 지난 서기 5세기경의 일. 때문에 고구려를 삼국 관계로만 바라보는 것은 고구려를 한반도에만 묶어두는 좁은 사관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고구려왕조…' 도 마찬가지로 고조선 멸망 이후 연대순으로 고구려 역사를 훑은 책. 새로운 역사적 관점이나 서술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주변 국가와 맞서 국토 수호를 위한 적극적 외교를 펼쳤던 고구려인의 기질을 과거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 '고구려를 위하여' 는 고구려 유민들이 당나라 한복판에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줄거리. 26세에 쿠데타를 일으켜 허난 (河南) 일대를 점령 통치하고 당나라에 항전했다는 이정기 장군의 일대기를 소설화했다.

작가는 신라.발해.일본과의 무역을 독점했던 이 인물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은 사대주의 역사관 때문이라고 못박는다.

조선족 신문기자가 중국.옌볜 (延邊) 등지에 남아있는 유적들을 조사해 펴낸 '고구려 문화유적 산책' , 역사적 사건을 주제별로 묶어낸 '고구려 제국사' 도 눈길을 끈다.

초등학교 5.6학년용으로 출간된 '사막의…' 은 고구려 유민으로 당나라 장수가 돼 사라센 원정 등 혁혁한 공을 세웠던 역사적 인물 고선지 장군을 화자인 소설가가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다.

실크로드를 따라 고선지의 자취를 찾다보니 굳건한 용기를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푸른숲의 김학원 주간은 "현대인들은 고구려를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탈출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며 "독자의 흥미를 끄는 역사적 소재는 학계의 역사학자보다는 발빠른 일반 필자들이 잘 잡아내지만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학계의 적극적인 연구와 참여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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