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커진 워낭소리 입소문, 도전! 100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독립 다큐 ‘워낭소리’(사진)의 흥행 기세가 꺾일줄 모르고 있다. 연일 국내 독립영화 최고 기록을 갱신 중이다. 12일까지 44만 4000명을 불러 모은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60~70만 돌파도 예상되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중급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기록에 해당하니, 독립영화로는 ‘초대박’이다. 개봉 한달째지만 흥행세가 줄지 않아 꿈의 기록인 ‘100만’ 도전이 가능하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제작비 1억원짜리의 저예산 독립영화가 국민영화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슬리퍼 히트(Sleeper Hit)작= 지난달 15일 전국 7개관에서 개봉한 ‘워낭소리’는 이번 주말에는 전국 122개 스크린에서 상영한다. 상영극장이 한달새 17~8배 늘어난 것이다. 이번 주에는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과 CGV외에 롯데, 메가박스가 가세했다. 3대 메이저 극장이 전부 뛰어든 것이다. 배급사 ‘인디스토리’ 측은 “주중 하루 평균 3만명이 관람하고, 매주 상영 극장이 10개 이상씩 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130관이 넘을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흥행세는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슬리퍼 히트’다. 슬리퍼 히트란 처음 소규모로 개봉했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상영관이 확대되고 장기 상영에 돌입해 대박이 나는 경우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2007년 아일랜드산 독립영화 ‘원스’가 22만명을 동원한 것이 대표적인 슬리퍼 히트로 꼽히지만, ‘워낭소리’와는 규모가 다르다.

◆불황기 가족·감동 코드로 흥행=‘워낭소리’의 주 관객층은 평소에는 극장을 잘 찾지 않으며, 특히 독립영화와는 거리가 먼 중장년층이다. 평소 영화의 주소비층(헤비 유저)이 아닌 층이 움직여야 초대박이 가능하다는 영화계의 속설대로다. CJ·CGV 자료에 따르면 1월26일~2월8일 ‘워낭소리’의 예매 관객연령은 30대 이상이 64%로, 과반수가 중장년층 관객이었다. 40대가 25%, 50대가 5%였다. 이충렬 감독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등 가족단위 관람이 아주 많다”며 “가족·감동 코드가 불황에 지친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메시지 과잉이나 난해한 실험성 등 기존 독립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방송 독립PD출신인 이충렬 감독은 방송현장에서 쌓은 대중적 감각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높였다. 실제 감독은 “‘워낭소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소의 삼각 멜로”라면서 “울고 웃는 관객의 반응 포인트를 찾아 편집하는 등 감정의 흐름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남인영 동서대 영화학과 교수는 “인간적 가치와 연대의 소중함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정교한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담아냈다”며 “독립영화의 정신은 유지하면서 대중적 코드를 놓치지 않은 기획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실제 역대 국내 독립영화중 흥행작들은 ‘우리 학교’(2007), ‘송환’(2003) 등 감성·눈물코드가 성공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양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