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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박중훈 '출연료 거품빼기'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한국 영화배우의 대표격인 안성기.박중훈이 우리영화의 구조적 적자요인 중 가장 큰 요인인 출연료 (개런티) 과다지급 문제를 과감히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안.박 두 배우는 28일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다른 분야에 비해 과다하게 부풀어져 있어서 우리 영화 발전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되어왔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희생하는' 자세로 제작비 실정과 촬영일수에 맞게 개런티를 받겠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품당 2억 이상의 특급 대우를 받는 안성기.박중훈은 다음 작품부터 제작 예산이나 성격.촬영일수등에 따른 탄력적인 계약을 하면서 최고 대우보다 5천여만원 적은 액수로 계약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은 "2억이 넘는 엄청난 액수의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영화 흥행이나 작품의 성공 여부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한 부분을 책임져야 할 연기자로서의 도리가 아니었다" 며 "충무로에 신뢰감이 형성되면 제작비.제작시간.흥행성적 등에 따라 돈을 받는 철저한 러닝 개런티제를 실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또 "한국 영화의 제작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분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런티가 배우의 자존심인 양 계산되는 것은 영화계에 악순환만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라고 지적하고 "배우가 작품 성공과 흥행에 기여한 만큼만 개런티를 받아야 마땅하다" 라고 말했다.

곧 개봉될 코미디영화 '할렐루야' 제작을 마친 박중훈은 이황림 감독의 '인연' 에 출연하면서 제작비 규모를 감안해 평소보다 5천만원 이상 적은 1억5천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제작자는 "지금까지 한국영화 제작비에서 배우의 개런티가 30% 이상 차지했고 심한 경우 절반가량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전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할리우드에서 최고 배우를 기용하는 최대 흥행작의 경우 주연배우에게 20%선을 지급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심한 것이다.

주연 배우들에게 막대한 출연료를 주는 것은 거기에 걸맞는 지속적인 관객동원력 때문인데 솔직히 우리배우들의 관객동원력은 대부분 거기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배우기근을 이유로 몇몇 배우의 개런티만 마구 치솟아 제작비의 효율적인 사용을 방해받아 왔다" 고 설명했다.

안.박외에 2억원이상을 받는 배우는 '넘버3' 의 한석규, '블랙 잭' 의 최민수 등이 있다.

안성기.박중훈의 흥행결과에 따른 개런티 배분 움직임은 다른 배우들과 제작자들에게 확산되어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적자문제 해결과 질 향상에 좋은 방향으로 기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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