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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올랐다” vs “지금이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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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너무 올랐다. 아니다, 지금이 바닥이다. 박스권(1100~1250)에 갇힌 코스피지수를 두고 분석이 엇갈린다. 글로벌 증시 흐름이나 기업 실적을 고려하면 ㅈ지수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게 비관론의 근거. 다른 편에선 경기에 선행하는 지표를 볼 때 증시가 곧 바닥을 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시장, 싸지 않다”=실망스러운 4분기 기업 실적과 연이은 경기지표 악화 소식에도 코스피는 1100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0월 저점(938.75)과 비교하면 25% 정도 올랐다. 미국 다우존스지수(6.5%)나 일본 닛케이225지수(10.4%)의 저점 대비 상승률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특히 소재·산업재·에너지·정보기술(IT) 업종 주가는 30% 이상 올랐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금융주를 빼고 계산한 코스피 체감지수는 1400 내외로 2006년 수준”이라며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지수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기업 이익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임 팀장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을 좀 팔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주가수익비율(PER)면에서도 코스피지수는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다. 향후 12개월의 이익전망치를 반영할 때 10일 기준 코스피의 PER은 11.4배로 2001년 이후 평균치(9.1배)보다 높다. 과거 평균에 비해 PER이 10~20%씩 떨어진 해외 증시와는 대조적이다. 우리투자증권 김동연 연구원은 “PER로 보면 지난해 9월(PER 10배) 코스피가 1500이었을 때보다 현재의 지수대가 더 높다”며 “악화되고 있는 기업 실적을 감안하면 지금 주가는 비싸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저평가된 주식으로 갈아탈 것”을 조언했다.

◆“조만간 바닥 친다”=비관론을 확인하듯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로 낮춰 잡았다. 12일 코스피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해 1179.84로 마감했다. 외국인도 사흘째 주식을 팔았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에 주목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가 바닥권에 있다”며 “경기 회복은 더딜 수 있지만 주가는 한 발 앞서 바닥을 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신호로 ▶시중에 자금이 넉넉하게 풀렸고 ▶반도체 가격은 오르고 원유값은 떨어지는 추세이며 ▶장·단기의 금리 차가 가파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꼽혔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도 기업의 이익 전망보다 경기선행지수에 주목한다. 그는 “기업이 생산을 빠르게 줄이면서 재고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1분기 중엔 선행지수가 저점을 지나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재고순환지표는 경기선행지수보다 1∼2개월 앞선다. 김 센터장은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 소재·부품, 전기전자, 건설, 자동차 등 경기 민감주의 주도로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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