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아파트 살았다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련사진

photo

어려운 때일수록 가족이 힘이 된다.

이코노미스트 어떤 부부는 경제위기를 맞아 서로 굳게 약속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위기를 잘 넘기고 인생의 승자가 되자고. 그러나 아내는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아무리 봐도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욕망에서 벗어나 또 다른 행복 찾아라…몸은 바쁘게, 생각은 줄일 것”

그러나 남편은 씀씀이를 줄이면서 닥쳐오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면서 아내에게도 같은 자세를 갖기를 요구했다. 아내가 안일할 때는 닦달했고 이 위기를 넘기기로 약속한 것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내는 점점 우울해지고 자살만 머리에 맴돌았다. 이 아내가 이렇게 된 이유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현실이 어려울 때 생각은 별 도움이 안 된다. 결론은 항상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어려울 때는 그저 무엇이든 바쁘게 하면서 버텨야 한다. 그래야 부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며 가만히 누워서 생각만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정신에너지는 정체되면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심해지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릴 때부터 끝없이 남을 앞서라고 채찍질한다. 삶을 관조하고, 여유를 갖고, 남에게 봉사하는 기쁨을 가지라는 가르침은 교육의 귀퉁이에도 없다.

욕망이 들끓는 사회에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쳤으니 사람들 마음이 황폐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위기 때 건강을 지키고 싶으면, 즉 평온하려면 욕망을 줄여야 한다. 내가 언제부터 자동차를 갖고, 건물을 갖고, 아파트를 가졌단 말인가? 없어지면 없는 대로 사는 것이고, 그런 삶이 가정적으로나 영적으로 더 여유롭고 풍요로울 수도 있다.

한 사장 부인이 하나님께 기도했다. 돈 많은 남편이 너무 방탕하니 그 돈을 모두 다 가져가 달라고. 그 남편은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면서 가정에 소홀했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남편은 전문 사기단에 말려들어 구속됐고 돈도 모조리 날렸다. 그러나 구속되고서 그는 가정의 소중함을 알았고 신앙도 갖게 됐다.

실형을 받은 그는 감옥에서 신앙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다고 한다.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어느 대표는 자살을 꿈꿨다. 한 달에 몇 천만원씩 결제해야 할 돈을 갚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파산하면 나머지 인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야 한다. 그는 생각했다. ‘서울대 공대를 나온 중소기업 사장이 파산하고 오토바이 택배를 하며 사는 것을 보았다. 번듯한 회사 대표인 내가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파산해서라도 살아야 한다. 그동안 대표이사 명함을 돌리면서 과시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오토바이라도 몰면서 살아야 한다. 근근이 사는 삶이 불행할 것 같지만 그 삶 속에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그동안 벅찬 인간관계 속에서 허덕였다면 앞으로는 자기를 돌아보며, 가족과 어울리면서 또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고사는 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이번 불황기는 우리가 욕망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채찍질 당하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욕망을 내가 조절하면서 또 다른 여유를 찾을 때다. 한 사업하는 친구는 지금 위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기회라고 말한다. 위기를 거치면서 사회가 변하면 아이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신과 의원 원장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