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巨富 소로스의 '열린사회 재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동남아 각국의 화폐폭락 위기 속에 미국의 거부 조지 소로스 (66) 와 그가 이끄는 '열린 사회재단' 이 계속 '의혹의 대상' 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동남아국가연합 (ASEAN) 이 미얀마를 회원국으로 가입시킨 것을 보복하기 위해 동남아 통화를 흔들고 있다고 거의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하고 나섰고 피해를 본 국가들도 분위기는 비슷한 실정이다.

헝가리 태생의 소로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설투자신탁회사인 '퀀텀 펀드' (규모 70억달러) 등을 운용하는 투자자이자 자선사업가.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일개 펀드 투자자인 소로스가 국제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약 50억달러의 재산가로 추정되는 그는 돈 버는데 쏟아붓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설립한 자선단체인 '소로스 재단' 과 일에 할애하고 있다.

재단의 주요 활동 목적은 '자유언론과 정치적 다원주의 보급을 통한 민주주의 확산' . 뉴욕과 부다페스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그의 재단은 독재국가들로 분류되는 남아프리카.아이티등 세계 24개국에 1천3백여명의 직원이 활동하는 지부를 두고 있다.

올해에만도 몽골.우즈베키스탄등 5개 지부를 새로 열었고 곧 남아프리카 지역에 9개 지부를 새로 열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소로스는 재단을 통해 이미 10억달러 이상을 지원해왔다.

독재국가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그의 지원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보다 훨씬 많고 영향력이 커 최근 알바니아.세르비아.크로아티아등에 있는 그의 재단 지부들은 모두 현지 정부로부터 세무조사.형사고발.벌금부과등의 '박해' 를 받고 있기도 하다.

벨로루시의 독재자 루카셴코가 최근 소로스 재단에 대해 세법을 어겼다며 3백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은행 계좌를 압수한 것등이 그 예다.

그러나 옐친 러시아 대통령등 많은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있는 소로스는 눈 하나 꿈쩍않은 채 벨로루시에서의 재단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소로스는 이같은 자신의 재단 사업이 스승이었던 영국의 반 (反)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칼 포퍼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최근 동남아 화폐폭락 위기에 그가 '배후' 라는 비난에 대해 소로스측이 보이는 반응은 "아니다" 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움직이는 자본의 '실체' 와 국제정치의 '속' 은 철저한 비밀에 가려져 있게 마련인 만큼 양쪽을 다 거머쥐고 있는 소로스의 진짜 '행보' 가 무엇인지도 역시 모를 일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