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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물' 신덕왕후릉 첫 위치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능석물 (陵石物) 이 서울중구정동 소재 주한 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영내에 남아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로써 신덕왕후 능인 정릉 (貞陵) 의 최초 위치는 그간 막연히 '정동에 위치했다' 는 기록을 한단계 넘어 구체적으로 대사관저 뒤편 잔디밭 평탄공간이거나 적어도 그 주변 지역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대사관 협조로 최근 실시한 정동10번지 대사관저 정밀답사에서 본사 취재팀은 하비브 하우스 정원 한 모퉁이에 자리한 능석물 문인석상 한쌍과 돌확을 발견했다.

이 문인석상은 특히 경기도구리시동구동에 위치한 태조의 무덤 건원릉의 문인석상과 비슷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취재에 동행했던 목원대 김정동 (49.건축학과.문화재위원) 교수는 "돌확은 능을 찾은 태조의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한 것같다" 며 "문인석상의 원래 위치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멀리서 옮겨오지는 않았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태조는 1396년 신덕왕후 사후 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능을 경복궁 망루에서 바라보이는 4대문안 정동 인근에 쓰도록 했다.

이후 1, 2차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이은 태종 이방원은 태조 서거 이듬해인 1409년 계모인 신덕왕후의 능을 도성 바깥 (지금의 성북구정릉동) 으로 옮긴데 이어 제례마저 폐함으로써 생전에 세자책봉을 둘러싸고 야기됐던 감정의 골을 드러낸바 있다 (이는 현재 KBS - 1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역사드라마 '용의 눈물' 의 소재임) . 신덕왕후 능석물중 무덤을 둘러싸고 있던 신장석 (神將石) 은 태종 10년 (1410) 광통교 복원공사에 사용돼 현재 광교 네거리 청계천 복개물 지하에 다리와 함께 방치돼 있다.

그간 신덕왕후 능의 최초 위치는 지금의 정동 문화체육관 인근 또는 창덕여중 옆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자리등으로 추정만 됐을 뿐 실제 흔적 확인 작업에는 이르지 못했다.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국 대리대사는 "몇개의 기록에 의거해 영내 어딘가에 신덕왕후 능이 있었음을 추론하기는 했다" 며 "묻혀진 한국의 역사 한자락을 들춰내기 위해 이번에 대사관저 영내를 공개한 것" 이라고 말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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