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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잡아라]구멍가게들,대형할인점 공세에 '점포동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거제도 옥포에서 2백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경영해온 신성하씨 (34) . 그는 며칠전 7년여동안 애써 꾸려온 신옥포마트의 간판을 내렸다.

대신 주변의 슈퍼 7군데와 함께 동네형 할인점 연합체인 '알파와오메가' 의 가맹점이 되면서 상호도 알파와오메가 국산점으로 바꿨다.

얼마전 바로 길건너편에 1천개 이상의 대형 할인.프랜차이즈점을 가진 부산.경남지역 최대 할인점체인인 '탑스토아' 의 직영점이 8백평 규모로 문을 열자 더이상 혼자 힘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 소규모 업체끼리 뭉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알파와오메가는 동네 구멍가게들이 하나씩 모여 체인화된 소규모 할인점 연합체. 가맹점이 되면 공동구매를 통해 종전보다 물건을 30%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덩치 큰 할인점과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씨의 계산. 그는 "서원유통이 운영하는 탑스토아같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체인에 가입해 경영지도등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점포의 독립성이 약해지는데다 로열티도 부담스러워 알파와오메가를 택했다" 고 말했다.

대기업의 공세에 밀려 도태하거나 대기업 직영 프랜차이즈점으로 흡수당하던 동네 구멍가게들이 '우리끼리 힘을 합치자' 고 나섰다.

공동 구매.판매를 통해 대기업 할인점과의 가격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알파와오메가의 경우 본부직영점 4곳에다 72개 수퍼.문구점등이 체인점으로 참여했고, 내달에는 미국 시카고점과 호주 시드니점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지역 구멍가게.슈퍼들 사이의 공조도 늘어나 수원지역 14개 수퍼마켓은 '원스톱유통' 으로, 성남지역 20여 점포는 '한국유통' 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한국연쇄화사업협동조합 소속 점포 1백여개는 'KC마트' 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소속 1천여개 점포는 '코사마트' 로 각각 간판을 통일했다.

이밖에도 의류소매상들이 뭉친 서울플라자유통을 비롯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마트,△△유통등은 대부분 끼리끼리 뭉친 공동구매.공동판매 조직들이다.

특히 알파와오메가는 E마트.킴스클럽의 축소판. 매장이 30~4백평규모로 덩치는 작지만 식품.의류.대형가전등 일부만 제외하고는 웬만한 물건은 다 있다.

창고형식의 진열에다 현금만 받는 등 영업방식도 대형할인점과 흡사하다.

구매는 본부에서 물건 인수와 동시에 현금결재하는 방식으로 일괄구입.공동배송 해주므로 각자가 따로 제조업체→총판→대리점→소매점의 기존 채널을 통하는 것보다 구입가가 훨씬 싸다.

서울 본부는 매주 월~수요일 전국 가맹점들로부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에 대한 주문을 받아, 직거래 관계에 있는 1백82개 중소제조업체등으로부터 물건을 구매, 전국 가맹점에 나눠준다.

거리에 따라 운반비를 포함, 6~12%의 실비 수준의 수수료는 받고 있다.

지난 달에는 신일선풍기만 한꺼번에 6천여대 구입했을 뿐 아니라 E마트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실시하는 최저가격보상제를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구매력이 커졌다.

판매가격도 새한미디어 비디오테이프 (3개 5천7백원).마마전기압력콤 (19만9천원) 등 10여개 제품을 A할인점과 비교한 결과 알파와오메가가 7개 품목이 더 싼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유통산업연구소 서영철부장은 "E마트나 킴스클럽같은 대형업체의 공세가 강해질수록 이런 식의 자발적인 구멍가게 체인이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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