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방사선으로 푸코의 추 베일 벗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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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푸코의 추 (錘)'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지난 1백46년동안 과학자들의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해온 이 질문이 최근 드디어 해답을 찾았다.

1851년 프랑스 과학자인 레옹 푸코가 지구가 스스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에게 눈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만든 '푸코의 추' 의 내부구조는 그동안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숱한 추측을 불러일으켜 왔다.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납으로 만든 또 다른 구체 (球體)가 그 안에 들어 있을 거라는 추측에서 도량형 기기가 들어 있을 것이라는 억측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상상력이 발휘된 신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위인들의 무덤인 파리시내 팡테옹 신전 천장에 매달린 채 지구의 자전에 따라 지금도 진자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지름 36㎝, 무게 28㎏의 이 추가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되는 바람에 아무도 그 구조를 탐색할 엄두를 못내 왔다.

참을 수 없는 프랑스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결국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게 만들었다.

방사선 조사 (照射) 법을 통해 일체 외형에 손대지 않은 채 내부구조를 알아내는데 최근 성공한 것.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아무 것도 없는 빈 구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철사로 된 틀에 놋쇠로 된 두개의 반 (半) 구체를 덮어 씌운 단순한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실망할 사람은 '푸코의 추' 란 소설을 써서 신비를 더욱 증폭시켰던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아닐까.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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