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얼마나 오래 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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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牛)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시골 노인과 일상을 동행하며 40년을 살다 죽은 실제 황소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인기를 끌면서 소의 수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화와 달리 소의 수명이 수십 년 이상 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립축산과학원 임석기 한우시험장장은 "80년대까지만 해도 농기계를 대신하는 일소가 대부분이었지만 농업기계화가 이뤄지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고기소로 전환돼 자연수명을 다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도축되지 않고 계속 사육된다고 가정할 때 15년에서 20년까지 살 수 있고 농부와 한 집에 살면서 먹고 일하는 일소의 경우 최고 30년까지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한우는 사료와 체중 증가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생후 24~30개월로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도축된다. 그 이상 키울 경우 사료 투여량에 비해 소의 체중이 늘지 않아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암소는 수소보다는 오래 살지만 세 번 이상 출산하면 육질이 나빠져 대부분 두 번째 출산을 마치고 도축된다. 이렇게 해서 암소가 사는 기간은 평균 50개월, 4년 정도다.

한우 중 천수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소는 씨수소인 '종모우(種牡牛)'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종모우는 선발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고 선발된 다음 2~3년은 정액을 채취하기 때문에 최소 8년에서 10년까지 살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선발되는 종모우의 숫자는 20마리 정도에 불과하므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10살 넘은 한우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임석기 시험장장은 "영화 '워낭소리'에 등장한 황소가 40년을 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농부의 정성 속에 일소 역할을 하며 적당한 노동을 한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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