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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 중고생 논술경시대회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다음은 중앙일보와 교육부가 공동주최하고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주관으로 22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3회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경시대회' 에 출제된 문제입니다.

이번 논술경시대회는 그동안 1.2회 대회에 이어 논술시험의 또다른 모델을 제공할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8월20일 (예정) 대회 입상자 발표때 우수 논술답안과 심사평을 지면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한 논술을 직접 작성해 보고 우수 논술답안과 비교해 보면 논술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등학생부]

<유의사항> ▶적절한 제목을 붙일 것 ▶3, 000자 정도의 길이로 쓸 것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쓸 것

문제 <가형> 어떤 사람들은 '역사' 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인간 사회의 변천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 으로 이해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 공부를 통해 우리 자신이 어떻게 유래했는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은, 역사는 인류의 삶을 비춰 주는 일종의 탐조등 같은 것이어서, 그것은 우리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조망케 해 준다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은, 인류의 역사는 보편적인 것이고 그 안에는 일관하는 어떤 힘 내지는 법칙이 있으므로, 그것을 발견하는 일에 역사 공부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래 글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역사에 관한 이와 같은 상반된 생각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사람들은 각급 학교에서 역사에 관해 배운다.

그들은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다.

그들은 '세계의 역사' 니 '인류의 역사' 니 하는 제목이 붙은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본다.

그리하여 그것을 어느 정도 일정한 일련의 사실로 보는데 익숙해지고 그러한 사실들이 인류의 역사를 구성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그러나 사실의 영역은 무한히 풍부한 까닭에 역사 서술에 있어서 우리는 그 가운데서 어떤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의 관심에 따라 우리는 예컨대 예술에 관한 역사를 쓸 수도 있으며, 언어에 관한 역사나 음식 먹는 습관에 관한 역사 혹은 발진티푸스의 역사를 쓸 수도 있다.

확실히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인류의 역사' 는 아니다.

사람들이 인류의 역사라고 말할 때 마음 속에 두는 것은 차라리 이집트.페르시아.로마 제국 등등으로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정치권력에 관한 역사이다.

한마디로 인류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직 있는 것은 인간의 삶의 모든 양상에 관한 무수한 역사들뿐이다.

정치권력의 역사는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것이 왕왕 인류의 역사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인류에 관한 어떤 온당한 생각과 어긋나는 일이라고 나는 본다.

정치권력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라고 보는 것은 횡령의 역사 혹은 강탈이나 독살 (毒殺) 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문제 <나형> 아래의 글은 '제3차 산업혁명' 이 인류사회의 미래에 안겨줄 사회적 영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글을 참조하여 인류사회의 미래상을 전망해보라.

21세기를 눈 앞에 둔 오늘날 이른바 '제3차 산업혁명' 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이란 극소전자기술 (極小電子技術) 의 발전에 의해 대표되는 과학기술 혁명의 성과를 산업에 도입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걸쳐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제3차 산업혁명은 무엇보다 재화의 생산과 유통 등에 요구되는 노동력을 현저히 감축시킴으로써 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한 고위 경영자는 세계 전체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요구되는 물자의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향후 30년 이내에 현재 세계 전체 노동력의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제3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기술적 실업이 앞으로 심각한 인류사적 문제가 될 것임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그의 예측대로 기술적 실업이 누적된다면, 인류사회는 오직 소수층만이 문명발전의 온갖 혜택을 향유하고 다수층은 실업자로 전락해 국가적 구제 (救濟) 대상이나 사회적 자선 (慈善) 대상이 되는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권력층이 발전된 과학기술을 사용해 일반주민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인류사회는 전 주민이 권력의 감시 하에 놓이는 유례없는 전체주의적 통제사회가 될 것이다.

한편, 제3차 산업혁명은 인류 전체에게 풍요로운 물질적 생활을 보장해 주고도 남을 만큼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기계에 의한 노동력의 대체는 노동시간을 대폭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렇게 전 산업, 전 업종에서 노동시간이 단축되어 나간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로운 인격적 발전이나 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대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제3차 산업혁명은 생산과정에서 실행기능과 구상기능을 재결합시킴으로써 육체노동과 지식노동간의 분리가 극복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이 지닌 이러한 잠재력이 현실화된다면, 인류사회는 문명발전의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풍요롭고 정의로운 새로운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밀려옴과 더불어 인류사회는 위에서 말한 두 방향의 서로 다른 발전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중학생부]

<유의사항> ▶적절한 제목을 붙일 것 ▶2, 000자 정도의 길이로 쓸 것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쓸 것

문제 <가형> 다음은 '나의 길' 이라는 시이다.

이 시에서 '길' 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논술하라.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내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 (芳草) 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갑니다.

의 (義) 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여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문제 <나형> 일생을 살아가면서 개인의 활동이나 믿음이 사회권력이나 사회제도에 의해 제약받는 경우가 있다.

다음 글은 진리에 대한 개인의 탐구와 믿음이 그같은 제약에 부딪힌 경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갈릴레오가 취한 태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갈릴레오가 여러 가지 발견을 공표했을 때 그것은 지구가 운동함을 분명하게 입증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구가 움직인다는 이론이 추기경 회의에서 이단으로 선고되면서 이 이론의 가장 유명한 변론자였던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에서 중형 (重刑) 을 받는 것을 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철회하고 말았다.

그러나 영혼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진리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열정 중의 하나이고, 갈릴레오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관찰을 통해 지동설을 확신하게 된 갈릴레오는 결국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여러 작업을 계속하였다.

그 때문에 70세의 고령에 이른 그는 다시 한 번 종교재판에 소환되고 마침내 감옥에 갇혀버렸고, 이때 그는 재범자로서 이단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의 위협속에서 다시금 자기 소견을 철회하도록 요구받았다.

결국 그는 다음과 같은 각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나 갈릴레오는 나이 70세에 몸소 법정에 출두하여 무릎을 꿇고 손에 든 성서를 바라보면서 단정한 마음과 진실한 신앙으로써 지동설의 부당함과 허위와 이단성을 저주하고 또 파기함을 이에 서약합니다.

" 한평생을 자연의 탐구에 바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노 (老) 학자가 자기의 양심에 따라 확신에 넘치는 힘으로 입증했던 진리를 포기하고 무릎을 꿇은 채 그것의 파기를 선언하는 모습은 과연 어떤 광경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재판은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하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피렌체 대공 (大公) 의 주선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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