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증권사 연봉제 도입 1년 연봉 억대 무더기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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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들어 '실적급 연봉제' 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증권업계에 억대 샐러리맨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증권사로는 최초로 이 제도를 채택한 동원증권의 A차장 (43) 은 21일 지난 3개월 (4~6월)치 실적급으로 5천4백만원을 일시에 수령해 갔다.

분기마다 이 정도의 실적급을 받고 여기다 매달 수령하는 기본급여 12개월치 (5천만원) 를 합치면 A차장의 연봉은 2억5천만원이나 되는 셈이다.

이는 이 회사 사장 연봉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A차장은 연봉제 도입 이전에 비해 연간급여가 무려 2억원 가량 늘어나게 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동원증권에는 A차장과 같은 조건의 실적급연봉 계약자가 모두 17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연봉제를 도입한 증권사는 동원.대우.동양등 3개사에 불과하나 쌍용.한화등이 노사합의만 남겨 뒀는등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여서 억대연봉을 기대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1백명은 족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원증권은 연봉제를 3개월 정도 실시해 본 결과 그 이전보다 12억6천3백만원의 급여가 추가로 지급됐다고 밝혔다.

회사로서는 급여지출이 이처럼 늘었는데도 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4억원 더 났다는 것이다.

애당초 급여가 깎일 것이라며 연봉제 도입에 반발한 노동조합이나 일부 직원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연봉제를 신청한 영업직원 2백55명 가운데 50% 가량이 급여가 늘어 13억1천1백만원이 추가로 지급됐고 10% 가량이 급여가 줄어 4천7백만원을 절감했으며 나머지 40%는 급여가 종전과 변동 없었다는 설명이다.

동원의 경우 연봉제로 불이익을 당한 사람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고 절반 이상이 혜택을 입었다는 결론이다.

동원증권의 연봉제는 월급은 종전대로 나가지만 8백%이던 상여금이 4백%로 줄어들고 3개월 단위로 회사에 벌어다 준 수익의 30%가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이처럼 연봉제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연봉제 신청을 거부했던 93명이 추가로 신청함으로써 영업직원 전원이 연봉제를 적용받게 됐다.

대우증권에서도 억대 연봉자가 속출하고 있다.

본점 영업부와 전국 99개 점포의 영업직원 8백명 전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한 결과 2%에 이르는 16명 정도가 억대 월급쟁이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연봉제는 월급에다 8백%의 상여금을 주는 기본급여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인이 올린 수익의 15~17%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로써 서울의 한 지점에 근무하는 B과장 (35) 의 경우 지난 3개월치의 성과급으로 4천8백만원을 더 타게 됐다.

대우가 성과급으로 지급한 액수는 19억원 정도. 역시 지난 4월부터 연봉제를 도입한 동양증권도 오는 26일께 3개월간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는데 대상직원 2백50명에게 3억원 가량이 실적급이나 성과급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급여지출부담이 늘어남에도 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는 9월부터 위탁수수료 자유화로 증권업계가 무한경쟁에 돌입함에 따라 ▶능력있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스카우트등을 사전에 막는 한편 ▶과거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정책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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