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중국 지도부, '정월 외교'에 숨은 뜻은

중앙일보

입력

연초 중국 지도부의 방문 외교 바람이 거세다.

원자바오 총리가
1월27일~2월2일 유럽 4개국 순방으로 포문을 열자
후이량위 부총리가
2월7일부터 19일까지 남미 4개국 방문에 나섰다.

이어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2월8일~22일 남미 5개국과 지중해 몰타 방문을 시작했다.
끝으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2월10일~17일 사우디와 아프리카 4개국 순방 길에 올랐다.

2월 말의 당 대회와
3월 초의 전인대를 앞두고
최고 지도부 4명이 일제히 출격해
지구촌 19개국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음력 설 지낸 뒤 잇따른 순방 외교라
'정월 외교'라는 이름이 따라 붙고 있다.
중요한 건 명칭이야 어찌됐건
중국 지도부의 정월 외교 공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흔히 거론되는 이유가 자원 외교,
또는 유럽과 중남미 수출 시장 다지기 등 경제 관련이다.
'保增長 擴內需 調結構'(성장 보존, 내수 확대, 구조 조정)이란
'九字 방침'으로 경제 난관을 돌파하려는 중국인지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전세계를 상대로 한 중국의 본격적인 '話語權'(발언권) 확보로 생각된다.

지난해부터 해석하기 좀 껄끄러운
話語權이 중국 내에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간단히 해석하면 '말하는 권리'인데 '발언권' 정도로 해석하고 싶다.

이 말의 탄생 배경은 서구 언론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서방 언론이 전세계를 상대로 마이크 주도권을 쥐고 중국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여론을 이끌어 가는데 대해
중국 입장에서는 심사가 불편한 게 당연지사다.

특히 지난해 티베트 사태 때
중국 공안의 무력 진압이라고 서방 언론에 게재된 사진이
중국 내 사진이 아니었던 점,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서구 언론의 집중적인 부정적 보도,
이번 금융 위기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는 듯한 보도 등등...

중국은 이런 서방 미디어의 공세에 맞닥뜨린 뒤에야
늘 해명과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억울하기만 했지 그 효과는 미미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억울한 사정이
바로 서방 미디어에 話語權을 뺐겼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그럼 방법은 간단하다.
話語權을 선점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서
중국 지도부의 공세적인 방문 외교가 효과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대변지인 인민일보 또한
이번 중국 지도부가 대거 순방 외교에 나서는 목적 중 하나가
'국제경제 부문에서 중국의 華語權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전은 응전을 낳기 마련이다.
그동안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던
서구 미디어의 관행에도 서서히 종언의 그림지가 드리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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