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연대 처방' 예상밖 표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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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경선의 1차투표결과는 이회창후보가 일찌감치 1위를 굳힌 가운데 반李연대를 구축한 2위그룹 4인이 2위자리를 놓고 벌인 싸움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4인연대 후보들이 서로 2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서로를 자극한 탓인지 평균적으로 예상보다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2위와 5위사이 표차가 1.8%에 불과해 경쟁의 열기를 느끼게 했다.

李후보측은 자체여론조사결과 20일 현재 50.5~52%까지 올랐던 터여서 10%정도나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李후보측은 여권의 막판 기대안정심리가 작용하면 의외로 50%를 훨씬 넘는 수치도 나올 수 있다고 본 게 사실이다.

19일자 중앙일보가 보도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회창후보는 35.6%를 기록했으며 이 비율로 부동표를 흡수하면 45.8%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18일 조사한 결과로도 43.2%가 나왔다.

이 언론사조사와 비교해봐도 그는 약 2~4% 미달한 것이다.

반면 4인연대의 3인이 약진을 보였다.

중앙일보조사와 비교하면 이인제후보는 15.4%에서 14.7%로 별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3위 이한동후보는 8.7%에서 14.6%로, 4위 김덕룡후보는 11.3%에서 13.8%로, 5위 이수성후보는 7.8%에서 13.6%로 뛰어 올랐다.

조선일보 조사결과를 놓고 분석해봐도 비슷하다.

이같은 변화는 우선 대의원들에 대한 4자연대의 '자극' 이 크게 작용한 결과인 것같다.

이회창후보측에서는 4자연대가 경선정국을 불안하게 하므로 대의원의 1위몰아주기.안정심리가 발동해 과반수가 무난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4자연대의 핵심내용은 나머지가 2위의 손을 들어주자는 것. 그래서 대의원들사이에선 "일단 우리가 우리 후보를 세게 밀어 2위로 만들어주자" 는 심리가 있었다고 봐야할 것같다.

4자연대 후보들의 지지표가 상승한 것이 이를 얘기해주고 있다.

지역별 득표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각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에서 표이 흐름이 어떻게 나타났느냐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개표참관인들에 따르면 몇몇 지역에서 지역구도성이 예상보다는 뚜렷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경남에서는 지금까지 이회창후보가 위원장수의 3분의 2를 장악한데다가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를 넘는 결과를 보여왔다.

그런데 개표참관인들은 이 지역에서 李후보가 40%정도에 머물렀고 이수성후보가 상당한 약진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대의원들이 박찬종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다른 영남후보에게 힘을 더 실어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비슷하게 전남에서는 김덕룡후보가 이회창후보의 표를 깎아 먹으면서 눈에 띄는 강세를 기록했다는 개표참관인의 분석이 있다.

이한동후보는 4자연대의 추진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기.중부지역을 이회창.이인제후보와 분점하고 있어 지역구도적으로는 부상 (浮上) 할 수 있는 기반이 약했다.

그런데도 2위와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벌일 정도로 근접한 것은 민정계를 중심으로한 그의 지지층이 4자연대의 파괴력을 상당히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다른 후보의 조직력에 막혀 이인제후보는 '강력한 2위' 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합동연설회 초반에 불어닥쳤던 '젊고 똑똑한 후보' 바람이 도중에 세 (勢) 를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위권에서 출발해서 일약 2위로 떠올라 이회창후보와 함께 이번 경선의 최대수혜자로 부각됐다.

최병렬후보가 얻은 1.94%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온 그의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다.

그의 결과는 예상됐던 것이고 그는 힘든 마라톤을 완주했다는데서 위안을 찾아야할 것같다.

1차개표결과에서 이회창후보측에서 볼때는 대의원에 대한 위원장들의 장악력이 본질적으로 약하거나 아니면 지지를 약속하고도 위원장들이 열심히 대의원을 단속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경선직전까지 李후보측에서 주장한 지지위원장수는 비공개 6명을 포함해 1백50명. 전체 2백53명중 59%에 해당된다.

그런데 대의원득표율은 여기에 18%나 뒤떨어졌다.

지지위원장의 세 (勢)에 허수가 많았다는 반증도 된다.

1차투표결과는 1위가 과반에 실패하고 4인연대가 합계 56.7%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경선후 비주류연대의 출현을 예고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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