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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도 족보가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2009년 3월 29일부터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주 내용은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 및 품질관리에 사용되는 실험동물과 동물실험시설의 관리를 적용 대상으로 동물실험시설 설치자 및 실험동물공급자는 식약청장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동물실험으로 인한 재해가 공익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설운영자나 관리자는 폐쇄, 소독, 살처분 등 조치를 취하며 그 결과를 식약청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실험결과에 대한 윤리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실험 수행자가 동물의 종류, 사용량, 연구 절차 등을 기록하는 것 역시 의무화했다. 그러나 동물실험 전문가들과 학계는 너무 늦게 생긴 법률이라 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1996년 서울대 의대 동물에서 사고가 터졌다. 한 연구원이 쥐로 동물실험을 진행하다 한탄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2005년, 서울대 동물실에서 다시 사건이 터졌다. 동물실 101, 103호가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것이다. 동물실험은 의학 및 생명공학 등의 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중요한 실험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한국은 시설부족 및 지식미달로 동물실험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기본이 없는 것이다. 동물실험은 단순히 과학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동물실험을 바탕으로 쓴 논문은 국제학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기가 일쑤다. 국제학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동물실험 전에 윤리위원회에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 그런 절차조차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건국대 동물복지연구소. 이곳은 공기부터 다르다. 실험동물 관리를 위해 습도, 온도, 조도까지 모든 것이 컴퓨터로 통제되고 있으며 모든 사육실은 무균 공간이다. 동물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실험동물들의 무균상태를 유지하며 정기 건강검진까지 실시한다.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들은 일반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과학적 타당성의 입증을 위해 오래 전부터 과학용을 개발된 동물들입니다.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이 쥐라고 해서 아무 쥐나 잡아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동물의 건강상태가 보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혈통이 아주 중요합니다. 동물실험을 통해 작성된 논문에는 사용한 동물의 가계도 및 혈통 역시 적게 되어있습니다. 쥐에도 족보가 있는 셈이죠.”

건대 동물복지연구소 한진수 교수는 국내 실험동물 복지에 개척자다. 최대한 생명을 지키는 방향으로 ‘대체(Replacement)’하거나, ‘최소한(Reduction)’으로 ‘고통 없이(Refinement)’의 동물실험의 3R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동물실험 자체가 윤리성을 논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 의학발달을 위해선 동물실험이 필수적입니다. 대신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한진수 교수는 현재 건국대에 3R동물복지연구소를 설립하고 대체실험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꼭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아도 연구가 가능한 부분을 찾고 대체 재료나 기술 등을 찾고 있다. 3R동물복지연구소는 그의 첫 성과물인 셈이다. 이 연구소는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무엇이 그를 이끌었을까? “사람에게는 감성이 있습니다. 동물 역시 감성이 있어요. 한 동물을 실험체로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연구를 하다보면 정이 듭니다. 반려동물이 되는 거죠. 그 동물을 내 손으로 안락사를 시키면 꼭 꿈에 나타납니다. 아마도 동물과 나의 정이 깊은 것이겠죠.”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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