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성공하려면…“자녀 행복에 가치 두고 부모 소신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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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교육의 틀을 벗어난 대안교육에 성공하려면 부모가 소신 있고 일관된 교육철학 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은 대안학교 학부모인 황원규씨와 자녀 황성민군·황지현양·부인 조경자씨 (왼쪽부터). [최명헌 기자]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보려는 부모가 늘면서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안학교를 경험한 학부모들은 ‘부모가 소신 있는 교육철학을 가져야만 대안교육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황원규(46)·조경자(43) 부부(경기도 안산시 본오동)는 자녀 둘을 모두 대안학교인 경기도 남양주의 산돌학교에 보낸 케이스다. 이들 부부는 대안교육으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지난 5년 동안의 대안교육 경험담을 공개했다.

 “소신 있는 교육철학부터 가져야”

중·고교 과정을 마친 딸 황지현(18)양은 이달 산돌학교 첫 졸업생이 된다. 중학교를 마친 동생 성민(16)군은 올해 고교과정에 들어간다. 산돌학교는 중학교 3년과 고교 2년을 합쳐 5년 통합과정으로 운영한다.

이들 부부는 지현이가 초등 4학년이 되던 해부터 3년간 고심한 끝에 중학교를 대안학교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지현이가 학교생활을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결정했다. 이들은 교육철학부터 세웠다. 대원칙은 ‘작은 것의 소중함 깨닫기’. 실천 방안은 자연과 벗하기, 건강한 정신과 신체 기르기, 규칙적인 습관, 스스로 자기 진로 찾기,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기 등 다섯 개로 정했다.

이들은 이를 기준 삼아 적합한 대안학교를 찾아나섰다. 소개받은 산돌학교를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교육과정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황씨는 “밤늦도록 학원과 입시에 쫓기는 생활이 아이의 잠재력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삶을 사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과정과 철학을 갖고 있는 학교를 찾았다”고 회고했다.

“학업 경쟁 욕심부터 버려야”

황씨는 “대안교육에 성공하려면 부모가 ‘학업=성공’이라는 생각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성공의 뜻을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두지 말고 자녀의 행복 추구에 두라는 설명이다. 학업의 의미도 시험점수가 아닌 아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두라고 조언한다.

조씨는 “부모조차 자녀의 재능을 잘 알지 못한다”며 “체험하고 생각할 기회를 줘 스스로 찾도록 하는 인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씨 역시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일반학교나 이웃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학력이 뒤처지지 않을까 한동안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일 년에 두세 차례 있는 학교 간담회에 참석하고, 대안교육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면서 그 같은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다.

중학교과정이 끝날 때쯤 아이들은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가고 있었다. 미술심리치료사가 꿈인 지현양은 미술과 도예에 관심을 키워 인턴 경험까지 쌓았다. 동생 성민군은 풍물동아리에서 북으로, 합주단에서 드럼으로 연주 실력을 자랑한다. 부모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성민군은 “내겐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며 “학창 시절에 부족한 재능을 채우기 위해 도전해 보자는 아빠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겨야”

대안학교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이어서 사춘기인 자녀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부모의 걱정도 많아진다. 황씨는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버스나 제대로 탈까, 친구들과 잘 지낼까 늘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기고 자립심을 뒷받침해 주는 게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안교육의 좋은 점으로 “친구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춘기인 자녀들이 고민거리를 숨기지 않고 부모와 자연스럽게 의논하는 것도 이들 부부에게는 자랑스럽다. 대안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를 터놓고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이다.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도 변화했다. 지현양은 “친구들과 협력하는 법을 터득한 것도 수확”이라고 말했다. 성민군은 “대인관계에 소심한 성격 탓에 일반학교에 갔으면 친구가 없었을 것”이라며 “함께 연주 연습을 하거나 공연 발표 활동을 통해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안학교는 학생들의 전입·전출이 잦은 편이다. 대안교육에 실망하거나 일반학교를 중간에 포기하고 오기 때문이다. 입학생 중 절반이 학교를 떠나기도 한다. 황씨는 “부모는 자녀의 행복 교육의 가치를 두고, 자녀와 뜻을 모으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식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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