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그후 1년, ‘숭례문의 혼’을 되살려내려는 현판 복원팀의 손길이 분주하다. 현판 복원은 다음 달 말 완료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혜진·김순관·정혜영씨. [프리랜서=김성태]
복원팀 김순관(48) 학예연구사는 ‘숭례문 현판 주치의’다. 지난해 2월 10일 오후 11시10분, 불길이 숭례문 전체로 옮겨 붙기 시작하면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이 현판을 분리했다. 이때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현판의 목숨은 건졌다. 금이 가고 물에 젖은 현판은 서울고궁박물관 보존과학실로 옮겨졌다. 당시 현판은 ‘인공호흡기를 단 중환자’였다.
치료 1단계는 ‘뒤틀림 없는 건조’였다. 잘못하면 현판이 원래 모습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었다. 습도와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맞추기 위해 복원팀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지난해 4월 15일, 현판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이송돼 왔다.
상처를 본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3단계다. 현재 현판은 바로 이 단계에 놓여 있다. ‘진화 중 떨어진 탓에 생긴 갈라짐, 한국전쟁 당시 총상, 못 자국’마다 복원팀이 꼼꼼히 충전재를 채워 넣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간다. 원래 모양대로 조립하고 각자(刻字·글자를 새겨 넣음)와 채색을 해야 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다음 달 말이면 완치된 현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그래픽을>
복원팀은 하루 걸러 밤샘 작업을 했다. 무엇 하나 쉽게 진행할 수 없었다. 김 학예연구사는 “해체할 때 현판과 테두리 목, 뒷면 보강판을 연결하는 못을 그냥 뽑아낼 경우 주변 목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각도와 깊이로 박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X선 촬영을 했고 1.5㎏에 달하는 200개의 공업용 못을 족집게로 하나하나 제거했다”며 복원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치료된 현판은 숭례문이 복원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원본은 박물관에 놓고, 만약을 대비해 복제품을 걸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판은 숭례문의 얼굴인 만큼 자기 자리로 가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 내려졌다.
대전=이에스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