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난민 인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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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탈북자를 '국제법상 난민'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현행 헌법을 근거로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11일 탈북자들이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도록 위조여권을 만들어준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기소된 종교단체 관계자 A씨(52) 등 두명에 대해 각각 징역 1월과 2월 형에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중국에서 선교활동 중 알게 된 탈북자들의 부탁을 받고 사진을 바꿔 붙이는 방식으로 11명의 한국여권을 위조, 태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시킨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탈북자들은 송환될 경우 북한 형법에 따라 최고 사형에 처해지는 등 신분상 박해 위험이 있는 만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 정한 사실상의 난민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탈출하게 된 것은 북한 정치.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원인이므로 난민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의 행위가 지나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난민의 지위에 있는 탈북자들의 위험을 덜어주고 생명권.신체의 자유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그동안 이들에 대한 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지난달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자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판결을 내려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켰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제법상 난민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며 "탈북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현행법을 어길 경우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는 북한 국적자로 분류된다"며 "국제사회 일각에서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이 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고유예는=범죄 사실이 가볍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판결로 선고일로부터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2년이 지나면 유죄판결 사실이 없어진다. 법원은 그동안 여권 위조 등을 통해 탈북자를 도운 사람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적은 있으나 선고유예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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