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군살빼기 수술 착수 … 1천여명 減員 ,예산 2억弗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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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코피 아난 유엔총장이 지난 16일 '유엔의 르네상스' 를 주창하며 유례없는 혁명적 개혁안을 발표, 온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기구개편에서 예산제도, 새로운 기금조성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무척 광범위 하면서도 다양하다.

굳이 요약하자면 '작지만 효율적인 유엔' 이 그 요체다.

비만한 조직에 가차없는 메스를 가해 더 능률적인 기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아난은 여러개의 하부기관을 통합하는 한편 전체의 25%에 달하는 1천여명의 직원을 감원, 5년안에 2억달러의 예산을 절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뜻대로 예산이 모이면 이 돈은 모두 후진국 개발기금으로 전용될 예정이다.

또 유엔의 업무를▶안보▶경제및 사회문제▶후진국 개발▶인권등 4개 분야로 대별하고 이를 총괄하는 집행위원과 함께 부총장자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원은 총장을 보좌하면서 해당분야의 실무를 지휘하는, 개별국가로 치면 장관의 기능을 수행토록 돼있다.

실무형 '내각' 을 구성,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유엔예산 운영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간 유엔은 회원국들이 결정하는 예산 한도안에서 비용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개혁안은 필요한 비용을 일단 사용한 뒤 사후에 회원국들로부터 그 비용을 갹출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밖에 유엔분담금을 내지 못하는 나라들에 돈을 빌려줘 밀린 분담금을 납부토록 하기 위한 1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유엔의 이같은 혁신적 개혁안이 나오게 된것은 무엇보다 "유엔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데다 돈이나 낭비하는 외교관들의 놀이터로 변질됐다" 는 국제사회의 비판 때문이다.

특히 미국 의회는 유엔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12억달러에 달하는 분담금지불에 제동을 걸어왔다.

결국 아난은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과 같은 개편안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혁안이 총회의 승인을 얻어 실현되려면 곳곳에 도사린 복병을 피해 나가야 한다.

가장 위협적인 적은 미 상원안에 도사린 공화당쪽 반유엔 의원들. 이들은 "이번 개혁안이 이뤄져봐야 유엔에 달라질게 아무 것도 없다" 며 분담금 납부를 계속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사임했던 부트로스 갈리 전총장도 반미 성향 때문에 재임에 실패했다.

또 '77 그룹' 으로 대표되는 제3세계 국가들도 그간 유엔활동이 후진국 지원에 인색했으며 이번 개혁안에도 괄목할 만한 개선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이해가 엇갈리는 미국내 보수파와 제3세계 국가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않는한 이번 개혁은 쉽지 않을게 분명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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