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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지경까지.." 고교생 음란물 보는 각계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 청소년들의 음란비디오 제작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자탄하고 있다.

"우리집 아이는 괜찮을까" 라는 불안한 생각에 잠자는 아들.딸의 모습을 다시한번 바라보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문제의 테이프를 구할 수 없느냐는 호색한 (好色漢) 도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청소년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기성세대가 함께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YMCA청소년성교육상담실 이명화 (李明花.31.여) 실장은 "성을 쾌락의 대상으로 여기고 상품화한 기성세대의 잘못을 청소년들이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성인들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것" 이라고 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안창일 (安昌一.55) 교수도 "TV에서 선정적인 쇼와 비정상적인 남녀관계가 설정된 드라마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너희들만은 안된다' 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은밀한 곳에서 성적 충동을 해소하려 한다" 고 말했다.

한편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李那美.38) 박사는 가정에서의 애정결핍이 이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빚어냈다고 강조한다.

李박사는 "부모의 사랑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 성 (性)에 탐닉하게 되는 수가 있다.

특히 성적 자극에 약한 청소년이 흡인력 높은 대중문화에 계속 노출될 경우 판단력을 잃고 모방하기 쉽다" 고 말했다.

성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이종수 (李宗洙.50) 사회사업국장은 "매년 성폭력등으로 인해 태어난 4천여명의 아이가 버려지고 있으며 절반이상이 10대 미혼모다.

미혼모들을 상담해보면 성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

미혼모와 기아 (棄兒) 의 양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위해서는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유해환경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상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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