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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싹 틔우는 어린이 발명가들 “미래의 꿈 키워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북부 교육청 발명교실에서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정우인, 김준혁, 최제인, 박희찬, 박희영 학생.(왼쪽부터)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파란하늘에 한 점이 찍힌다. 양 어깨를 흔들며 애교를 떠는 것이 영락없는 가오리다. 또 한 점이 찍힌다. 바람을 받아 안고 당당히 서있는 방패연은 큰 걸음으로 하늘을 이리저리 걷는다. 지난 3일 오후, 중랑천 하늘은 서울북부교육청 발명교실 학생들이 날린 연들로 빼곡했다.

“바람 불 때면 항상 생각나요. 저보다 훨씬 큰 가오리연도 만들었는데 그걸 타고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연을 타고 내려다보는 세상이 얼마나 멋질까요.”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최제인(태광삼육초 6년)양은 외교관의 꿈을 연에 실어 먼 하늘로 날려 보낸다.

 “엄마가 로션통을 자꾸 가위로 자르는거예요. 밑에 깔린 로션이 나오지 않아서였죠. 그래서 거꾸로도 되는 펌프를 생각했어요. 개폐장치를 만들어 거꾸로 세워도 펌프가 되요.” 최양은 거꾸로 되는 펌프로 전국 발명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교육과학기술부 발명장학생이 됐다. 이 발명품은 현재 정식 특허 출원을 해 심사 중이다.

 북부교육청발명교실은 현재 최양을 비롯, 25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노원·도봉 지역 초등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선발됐으며 수준에 따라 3개 반으로 나뉘어 발명 수업을 받고 있다.

 누나와 함께 발명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박희찬(상월초 4년)군은 “연을 100개나 만들어 하늘에 쭉 띄워놓고 바라보노라면 내가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며 “올해 강원도 산천어 축제에 가서 직접 만든 연을 날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했다”고 전했다.

 건축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정우인(연촌초 5년)군도 “내가 만든 발명품들을 부모님이나 할머니께서 보고 좋아하시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고 거든다. 정군은 발명교실에서 공부한지 1년. 초급, 심화, 영재반 중 심화2반에 속해 트랜지스터나 로봇 만들기등에 관심이 많다. “빛 감지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로봇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은데 오히려 저를 부러워해요. 로봇뿐 아니라 다른 재밌는 활동도 많거든요.” 정군은 아치형 다리를 만들어 그 위에 책을 얹고 무게를 얼마나 견디나 경쟁하던 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정군은 콘텍트 렌즈 뚜껑으로 거북모양의 장남감을 만들어 노는가 하면 간단한 도구로 양말걸이를 만들기도 해 집에서 발명가로 통한다.

 서울시 발명대회 동상 수상이 계기가 돼 발명교실에 참가한 김준혁(노일초 5년)군. 로봇만들기가 가장 기대되는 시간지만 현재 초급반인 김군으로선 6개월에 한번씩 실시하는 심사에 합격해야만 로봇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다. 영재반 전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발명교실에 박희영양과 희찬군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민미향(42·상계동)씨는 “생각하는 능력이 곧 창의력인 것 같다”고 말한다. 민씨는 “발명교실에 다니면서부터 같은 사물에 대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두 아이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한다”고 뿌듯해 했다.

 발명교실 황웅섭(57·노일중)교사는 창의력 마인드의 씨를 심어주는 것이 발명교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소개한다. 황교사는 “창의력은 싹만 제대로 틔워주면 그 이후부터 스스로 알아서 커나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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