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관리'로 유명한 삼원정공 불황 탈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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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원정공의 양용식 사장이 직원과 함께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고유가.원자재난 속에서도 보란듯 이를 이겨내는 중소기업이 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스프링 제조업체인 삼원정공이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해마다 늘고 이익도 냈다. 그렇다고 잘 나가는 업종도 아니다. 스프링 산업은 잘 나가던 업체들이 문닫는 등 사양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 양용식 사장은 "불황이라든지 외부 환경이 어렵다고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내부 전열만 흐트러뜨린다"며 "어떤 여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경영혁신을 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공장에 들어가면 '사력(死力)0.01 운동' 등의 구호가 붙어 있다. 원자재 등 회사의 자원 낭비를 1% 선에서 막자는 뜻이다. 이 회사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제품의 윤곽을 알 수 있는 초정밀 스프링을 만든다. 그래서 예전엔 생산 중이나 운반 도중 제품을 잃어 버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생산설비에 제품주입 장치를 단 뒤에는 이런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올해부터 펼치고 있는 '기아 운동'의 성과다. 기아 운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자는 의미다.

낡은 설비도 이 업체에선 잘 돌아간다. 20년 넘은 기계의 구조를 뜯어고쳐 새 기계만큼의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 회사의 설비는 다른 회사와 비슷한 것이지만 이 같은 구조개선을 통해 생산성은 경쟁업체보다 30% 높다는 것이 양 사장의 설명이다.

성수동 공장의 4층에 있는 관리직 직원들은 잠깐 자리를 뜰 때도 책상 위의 형광등을 끄고 나간다. 각자의 책상에 형광등이 하나씩 달려 있다. 화장실에도 사람이 없으면 캄캄하다. 화장실 입구의 벽보에 바둑돌 모양의 자석 명찰로 화장실 사용 유무를 표시하도록 돼 있어 이 회사 직원들은 절약이 생활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곽명장 선임팀장은 "회사 임직원의 평균 재직기간은 10년이 넘는다"며 "지금까지 인위적 감원은 없었지만 회사의 끝없는 경영혁신에 공감하는 인력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삼원정공은 근무시간(오전 8시~오후 5시)에는 교육도 안한다. 교육은 시간외 수당을 주고 새벽이나 일과 후에 한다. 또 회사가 경영을 투명하게 해 창립 이래 분규 한번 없었고 노조도 설립되지 않았다. 다음달부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다. 이달 초 임직원들은 각자의 근무일이 적힌 달력을 받았다.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돌리다보니 휴무일과 근무일이 매주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떨어지면 바로 격주 휴무제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삼원정공=1973년 설립된 이 회사는 90년대초 초(秒)관리 운동을 했다. 시간 낭비를 막자는 뜻에서 연봉을 근무 시간으로 나눠 이를 초 단위로 계산한 것이다. ▶담배 한대 피우는 시간(2100원)▶전화 거는 시간(1260원)▶커피 마시는 시간(4200원) 등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LG화학 등을 비롯해 병원.대학 등에서도 이 회사의 경영혁신 사례를 벤치 마킹하고 있다.

고윤희 기자<yunhe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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