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 고교 전국 신기록’ 자격증 33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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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계 고교 자격증 최다보유 기록을 세운 포항제철공고 최진하 군이 자격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 제공]

 6개월째 구미 ㈜삼성코닝정밀유리에 근무하는 최진하(19) 군은 포항제철공고 3학년(재료기술과) 학생이다.

취업난을 반영하듯 100명 선발에 2000여 명이 몰린 입사 시험에서 3학년 2학기 개학을 앞둔 지난해 8월 합격했다. 입사 동료는 2·4년제 대학 졸업자가 더 많다. 그는 설비기술부에서 고장난 설비를 수리한다. 월급도 고교 졸업생으론 많은 편인 200만원 가깝다.

그가 대기업에 일찌감치 취업할 수 있었던 건 재학 중 딴 33종의 국가기술자격증 덕택이다. 이는 전국 전문계 고교생 가운데 최고 보유 기록이다. 지금까지 최고는 26개로 알려져 있다. 자격증은 열처리기능사·금속재료시험기능사 같은 전공 분야 11종, 비전공인 기계 관련(선반·밀링 등) 7종, 엑셀 같은 국내외 컴퓨터 관련 15개다. 그는 “금속은 기계와 관련있고 기계를 다루려면 컴퓨터를 알아야 해 하나하나 자격증을 따다 보니 33개나 됐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자격증 22개를 따고 졸업한 선배의 신문 기사를 읽은 1학년 초부터 시작됐다. 우선 학교 측이 자격증 시험 두세 달 전부터 개설하는 야간수업을 한번도 빼먹지 않았다. 혼자 실습실에서 자정까지 공부할 때도 많았다. 실습 위주의 야간수업은 기술연마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방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 관련 국제공인자격증을 따려고 사설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자격증을 딸 때마다 성취감이 커 공부가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성적도 우수해 반에서 1등을 한다.

그는 중학교 성적이 좋아 인문계 고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공고를 선택했다. 경주에서 공구상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기계·금속 관련 일이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남3녀의 외아들이어서 4년제 대학에 진학하라는 어머니 권유에도 대학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다며 설득했다. 그는 “많은 자격증을 딴 뒤 대기업에 취업하자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퇴근하면 하루 한두 시간씩 인터넷으로 영어 강의를 듣고 컴퓨터로 기계 등을 설계하는 캐드(CAD)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취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황선윤 기자

◆포항제철공고=포스코가 지원하는 포스코교육재단 특수목적고다. 자동화기계과 등 7개 과에 학생 670여 명이 있다. 희망하면 전원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다. 2000년부터 4년간 학과 신설과 개편, 최신 교육시설 도입, 교육과정 개편 등을 한 뒤 1인 다기능 자격증 취득 등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해마다 졸업생이 1인 평균 4~6개씩 자격증을 딴 뒤 취업하거나 대학(진학률 46%)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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